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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시 녹음 파일에 둔기·비명 소리 담겨
“멈출 기회 있었음에도 살해, 우발 범행 아냐”
피고인 “제일 존경하는 평생 반려자 잃어”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 소송 중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A씨(51)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이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공소 유지부터 시작해 변론 종결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생각해보건대 피고인이 아내인 피해자 머리를 쇠 파이프로 가격하고 나아가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잔혹함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범행을 멈출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살해한 것으로 우발적인 범행이라 볼 수 없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이후 태도 등에 비춰보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해자는 10여년간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자녀를 위해서 인내하던 중 최후를 맞이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살해 범행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고 회피하며 마치 피해자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법정에서는 유족 측이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범행 전후 상황이 담긴 음성 파일 일부도 재생됐다. 범행 현장에 아들이 있음에도 둔기로 내려치는 소리와 비명, 피해자가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하는 목소리 등이 담겨 있었다. A씨가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음성도 흘러나왔다.

검사는 “피해자는 억울함을 요청하듯 녹음파일을 남겼기에 (피고인의) 그동안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아들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가격 당하며 지르는 비명,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 울컥한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 살인의 미필적 고의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행은 계획 살인이 아니라 극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사건 당시 피고인이 고양이와 놀아주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고 고양이를 발로 차자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인도 “두 차례 이혼 이슈는 피고인에게 엄청난 좌절과 고통과 두려움이었다”며 “자주 놀아주고 애착을 보여준 고양이와 아이를 동일시 하는 비정상적 심리 기저까지 보이며 이성을 잃고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가해자였다는 게 저도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리니 피해자 위에 올라타 있었지만, 목을 조른 적은 없고 눌렀을 가능성은 있다고 그는 범행 당시를 떠올렸다. 또 그대로 두면 아내가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는 소망도 잃고 제일 존경하는 평생 반려자도 잃는 등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피해자를 대리한 변호인은 “고양이가 피해자보다 더 소중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해자는 고양이보다 못한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이 사회에 나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재판부가 판단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24일 열릴 예정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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