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당직 다음날 집에 있던 경찰관
현금 인출 직전 피해 막아
4월1일 강원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 경사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한 산후도우미를 구했다. 사진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산후도우미가 급히 일어선 모습. ‘강원경찰’ 유튜브 갈무리

보이스피싱 사기에 넘어갈 뻔한 50대 산후도우미가 자신이 돌보던 아기 아빠 덕분에 가까스로 피해를 면했다. 아기 아빠는 보이스피싱 유형에 익숙한 30대 경찰관이었다.

2일 ‘강원 경찰’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지난달 1일 오전 10시께 강원 홍천군의 한 가정집에서 신생아를 돌보고 있던 산후도우미 ㄱ씨가 ‘아들’로 표시된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기 너머 ‘아들’은 “사실 나 사채를 빌려서 2000만원 빚이 있다. 그런데 돈을 못 갚아서 지금 납치당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2000만원을 현금으로 뽑아 집으로 오면 나를 납치한 사람들이 돈을 받아 갈 것”이라고도 했다.

아들이 납치를 당했다고 철석같이 믿은 ㄱ씨는 이날이 첫 출근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부모에게 “집에 급한 일이 생겼는데 조퇴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손을 떠는 등 다급해 보이는 ㄱ씨의 모습에 아기 부모는 “얼른 가보시라”고 말했다.

4월1일 강원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 경사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한 산후도우미를 구했다. ‘강원경찰’ 유튜브 갈무리

현관을 나서려던 ㄱ씨는 잠시 주저하더니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데 전화 한 통만 빌릴 수 있느냐”고 했다. 아기 부모는 본인 휴대전화가 있는데 굳이 타인의 휴대전화를 빌리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아기 아빠의 휴대전화를 빌려줬다.

ㄱ씨가 집을 떠난 뒤, 걱정하던 부부는 ㄱ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ㄱ씨의 휴대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이때 아기 아빠의 머릿속에 보이스피싱범들이 범행을 진행하는 동안 절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떠올랐다. 아기 아빠는 다름 아닌 강원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37) 경사였다. 그는 전날 당직 근무를 선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터였다.

김 경사는 ㄱ씨 대신 ㄱ씨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ㄱ씨의 남편은 ‘(아내 말에 따르면) 아들이 납치를 당해 2000만원을 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월1일 강원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 경사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한 산후도우미를 구했다. ‘강원경찰’ 유튜브 갈무리

김 경사는 ㄱ씨의 남편에게 “보이스피싱 같은 느낌이 너무 든다”며 현금 인출을 말린 뒤 112 신고도 했다.

출동한 경찰을 만난 뒤에도 ㄱ씨는 “정말 우리 아들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며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ㄱ씨는 실제 아들과 통화를 하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날 오후 2시께 ㄱ씨는 김 경사 집을 다시 찾아 “덕분에 2000만원을 지킬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경사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경무과에서 일하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사기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외에서 002 등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개설할 때 국내 휴대전화 뒷번호 8자리와 일치시키면 같은 번호로 인식해 저장된 이름으로 표시하는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이용했다. 김 경사는 “같은 유형의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ㄱ씨 휴대전화의 국외 전화 수신 기능을 껐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493 "나의 스타가 나의 추억을 짓밟았다"… 오재원 17년 응원한 '찐팬'의 절규 랭크뉴스 2024.04.27
26492 與 "尹·李 회담, 협치 기반돼야…강경 요구, 대화에 도움 안돼" 랭크뉴스 2024.04.27
26491 "증인 100명인데 이렇게 하다간…" 이재명 대장동 재판부, 지연 우려에 난색 랭크뉴스 2024.04.27
26490 문 전 대통령 "한반도 엄중한 위기 상황‥총선 민의따라 정책기조 전환해야" 랭크뉴스 2024.04.27
26489 죽은 산모에서 태어난 1.6㎏ 기적... 나흘 만에 결국 엄마 곁으로 랭크뉴스 2024.04.27
26488 축구마져 무너졌다...‘저출생 쇼크’, 한국 스포츠의 예고된 몰락 랭크뉴스 2024.04.27
26487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9주년…"솔선수범 리더십 널리 기억되길" 랭크뉴스 2024.04.27
26486 ‘강릉 급발진 의심’ 그 도로, 도현이 아빠 대신 달렸다[인터뷰] 랭크뉴스 2024.04.27
26485 마동석 핵펀치에···5월 꽉 잡던 할리우드 대작들이 운다 랭크뉴스 2024.04.27
26484 “5인가족 식사 1시간 내 준비, 1만원”…구인 글 뭇매 랭크뉴스 2024.04.27
26483 대학생이 죽고, 전경은 일기를 썼다 “진정한 분노의 대상 알아야” 랭크뉴스 2024.04.27
26482 고속도로 달리던 택시 안에서 기사 폭행…카이스트 교수 기소 랭크뉴스 2024.04.27
26481 "의대생 수업거부 강요 신고 이곳으로"…5월10일까지 집중 신고기간 랭크뉴스 2024.04.27
26480 “뉴진스 데리고 나간다”…민희진 배임? 법조계 견해는 랭크뉴스 2024.04.27
26479 국민의힘 "영수회담, 민생현안 해결에 초점‥일방적 강경한 요구 대화 도움 안 돼" 랭크뉴스 2024.04.27
26478 “연봉이 다섯 장”...꿈의 직장 만든 ‘이 남자’ 랭크뉴스 2024.04.27
26477 블링컨, 베이징 레코드 가게 불쑥 들어가 집어든 ‘음반 2장’ 랭크뉴스 2024.04.27
26476 죽어가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아기 나흘 만에 사망 랭크뉴스 2024.04.27
26475 '술자리·회유 세미나·전관'…이화영·검찰 진실 공방 쟁점들 랭크뉴스 2024.04.27
26474 한낮 최고 30도 '초여름 날씨'... 큰 일교차 주의 랭크뉴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