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애니멀피플]
인도네시아 전통 약초 씹어 상처에 바르고 덮어
5일 만에 상처 봉합…“정확한 상처 치료 첫 발견”
인도네시아의 보호구역에 사는 오랑우탄이 전통 약용식물로 ‘자가 치료’를 하는 모습이 최초로 발견됐다. 오른쪽 얼굴에 상처를 입은 수마트라오랑우탄 ‘라쿠스’의 모습. 이사벨 라우머/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인도네시아의 보호구역에 사는 오랑우탄이 얼굴에 난 상처에 약초를 발라 자가 치료하는 모습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전에 유인원들이 특정 식물을 먹는 등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치료하려고 시도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처럼 약효가 입증된 식물을 정확히 사용한 사례는 비인간동물 가운데 처음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이사벨 라우머 박사와 연구진은 “수마트라오랑우탄이 ‘아카르 쿠닝’이라는 덩굴식물의 잎을 뜯어서 씹은 다음 즙을 얼굴 상처에 반복적으로 바르고, 씹은 잎으로 상처를 덮는 것을 목격했다”며 “야생동물이 생물학적 활성 물질(세포 조직이나 유기체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함유한 식물로 상처를 치료한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아카르 쿠닝은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덩굴식물로 항균, 항염 작용이 확인된 약초다. 진통, 해열, 이뇨 효과가 있어 인도네시아 전통 의학에서 이질, 당뇨병, 말라리아 등 치료에 사용된다. 이번 발견은 2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됐다.

라쿠스의 상처 치유 과정. 라쿠스는 2022년 6월 25일(현지시각) 처음으로 ‘아카르 쿠닝’ 잎을 씹은 뒤 얼굴 상처에 발랐다. 5일 뒤인 6월30일에는 상처가 모두 봉합됐고, 8월에는 거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이사벨 라우머/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인도네시아 전통 약용식물 ‘아카르 쿠닝’의 잎(왼쪽)과 라쿠스가 아카르 쿠닝 잎을 먹고 있는 모습. 이사벨 라우머/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논문을 보면, 라우머 박사와 연구진은 2022년 6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수컷 오랑우탄 ‘라쿠스’의 얼굴 오른쪽과 입 안쪽에 새로운 상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연구진은 라쿠스가 다른 수컷과 싸움을 벌이다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봤다.

3일 뒤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의 잎을 먹기 시작했다. 아카르 쿠닝은 이 지역 오랑우탄의 먹이이기도 하다. 라쿠스는 약초를 입에 넣은 뒤 삼키지 않고 13분 동안 씹기만 했다. 이후 손가락으로 입에서 나온 약초 즙을 상처 부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은 7분 동안 여러 번 반복됐다. 이어 상처 부위에 파리가 모여들자, 라쿠스는 상처 부위의 붉은 살이 보이지 않도록 씹던 잎으로 상처 부위 전체를 뒤덮었다. 그런 다음 약초의 잎을 34분 동안 먹기도 했다.

라쿠스의 자가 치료는 효과가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얼굴 상처가 봉합됐고, 한 달 안에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흉터만 남은 것이 관찰됐다.

오른쪽 얼굴에 상처를 입었던 ‘라쿠스’. 약용 식물로 스스로 치료를 한 뒤에는 흉터만 남았다. 이사벨 라우머/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연구진은 라쿠스가 약초를 다른 곳이 아닌 상처에만 반복해 바른 것으로 볼 때, 치료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라우머 박사는 “우리가 아는 한 유인원과 비인간동물 가운데 이렇게 약용 식물을 이용해 정확하게 자신의 상처를 치료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밝혔다. 앞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등이 특정 식물을 예방 및 치료의 목적으로 섭취하는 행동은 여러 차례 관찰이 됐지만, 이번과 같이 상처에 도포해 치료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라쿠스의 상처 치료가 이번이 처음인지, 여러 차례 반복됐는지 혹은 오랑우탄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행동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치료 행동이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왔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10.1038/s41598-024-58988-7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291 재표결 통과하려면 여당서 ‘최소 17표’ 나와야…표단속에도 당 일각 “대통령에 뭔가 보여줘야” 랭크뉴스 2024.05.22
15290 졸업생 1,200명에 1천 달러씩…미 억만장자 자선가의 깜짝 선물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5.22
15289 강형욱 '몰카 수준' 직원 감시…"숨 쉬지마…기어 나가" 선 넘은 폭언 갑질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15288 비닐봉지서 '낑낑'‥버려진 강아지 6마리에 분노 랭크뉴스 2024.05.22
15287 원자잿값 급등에… 제조업체 ‘울상’, 소재社는 ‘미소’ 랭크뉴스 2024.05.22
15286 "가격 올려봐, 죽여버린다" 코스트코 핫도그 2000원 비밀 랭크뉴스 2024.05.22
15285 [전국 레이더] "사랑에 빠지세요" 외신도 주목…지자체들 '청춘남녀 중매' 랭크뉴스 2024.05.22
15284 황석영 부커상 수상 좌절…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에 돌아가 랭크뉴스 2024.05.22
15283 첫 회의부터 충돌‥'최저임금 차등 지급' 기싸움 랭크뉴스 2024.05.22
15282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독일 작품 '카이로스'…황석영은 고배(종합) 랭크뉴스 2024.05.22
15281 [단독] 억대 공금 쌈짓돈처럼 쓰다 산업부에 적발…품질재단 '경영진 품질' 엉망 랭크뉴스 2024.05.22
15280 싱가포르행 여객기 ‘난기류’에 방콕 비상착륙…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5.22
15279 ‘VIP 격노’ 있었나…특검법 핵심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규명 랭크뉴스 2024.05.22
15278 연금개혁 없으면, 6년뒤 연금지급차 자산팔며 주식시장에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15277 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랭크뉴스 2024.05.22
15276 [단독] 컬리, 퀵커머스 사업 '컬리나우' 출격 임박…MFC 직원도 채용 랭크뉴스 2024.05.22
15275 국가대표 시합도 아닌데…경기 전 애국가, 당연한 걸까요? 랭크뉴스 2024.05.22
15274 “현수막 들고 전공의 복귀 촉구한 날, 남편 상태 급속 악화” 랭크뉴스 2024.05.22
15273 원로 교수의 일침 "의·정 모두 환자 생각해 출구 마련해야" 랭크뉴스 2024.05.22
15272 [단독] 대검 간부 '유병언 불법감청' 의혹, 5년만에 무혐의 가닥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