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금천구, 2주간 악성 민원 대비 훈련
4년차 주무관이 '악성 민원인' 열연
"난동보다 문서 괴롭힘이 더 힘들어"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한 주민센터에서 진행한 악성 민원 대응 모의훈련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열연한 공무원이 화제다.

3일 서울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7일부터 전날까지 10개 동 민원실에서 '특이 민원 대응 경찰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으로 악성 민원인에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고 경찰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시흥4동 주민센터에선 혼인신고를 하러 온 민원인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을 가정했다. 구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민원인 역할의 행정자치팀 김기석 주무관은 주민센터에 들어가자마자 "아가씨, 오늘 혼인신고하러 왔어"라며 반말을 내뱉는다. 담당 직원이 "혼인신고는 주민센터가 아닌 구청에서만 가능하다"고 안내하자, 김 주무관은 "너희 일하기 싫어서 지금 떠넘기기 하는 것 아니야?"고 언성을 높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주민센터 내 집기를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대뜸 "당신네 대통령이 와도 이렇게 할 거냐!"고 따지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대사를 패러디해 "너희 구청장 어디 살아? 남천동 살아?"라고 묻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저희는 대통령이 와도 안 된다"고 침착하게 응대했다.

난동이 계속되자 공무원은 "원활한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촬영하겠다"며 보디캠으로 채증을 시작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하도 (악성 민원인에) 시달려서 외운 것 같다", "저런 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원인 역할 공무원은 배우로 전직해라" 등의 반응을 남겼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김 주무관은 4년간 민원 업무를 맡으며 쌓인 경험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원인분들이 안 되는 걸 되게 해달라고 하실 때 '대통령이 와도 안 해드린다'고 말씀드리는데 그게 생각나서 대사로 썼다"며 "'과장 나와'라는 식으로 무작정 상급자를 호출하는 일도 흔하다"고 했다.

가장 힘든 괴롭힘을 묻자 그는 "이런 대면 난동보다 문서로 괴롭히는 게 제일 힘들다"며 "국민신문고 등으로 '공무원 징계' 등을 반복 요청하면 응대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을 상대로 한 폭언·폭행·성희롱 등 위법 행위는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3월엔 경기 김포시의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559 "대통령,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멋대로 왜곡" 반박 랭크뉴스 2024.06.27
26558 추대냐 찬반투표냐… 이재명 일극체제 앞둔 민주당의 고민 랭크뉴스 2024.06.27
26557 일본서 조심!…보도에서 전동여행가방 몰다 무면허운전 첫 단속 랭크뉴스 2024.06.27
26556 계단 돌진하더니 와장창…200만원씩 타가던 주무관의 추락 랭크뉴스 2024.06.27
26555 대통령실, 김진표 회고록에 “멋대로 왜곡…개탄스러워” 랭크뉴스 2024.06.27
26554 "누군가 쓰레기에 불붙여 던져" 고층 아파트서 신고 랭크뉴스 2024.06.27
26553 사직 전공의들, 수련병원에 "사직 인정하고 퇴직금 달라" 소송 랭크뉴스 2024.06.27
26552 현충일에 노숙인 살해한 30대男, 사전 답사까지 했다 왜? 랭크뉴스 2024.06.27
26551 윤 대통령 '문고리' 강의구, 격노설 당일 임기훈과 6차례 통화 랭크뉴스 2024.06.27
26550 "상간녀랑 살 거니까 당장 내 집서 나가”…불륜 들킨 남편의 ‘적반하장’ 랭크뉴스 2024.06.27
26549 ‘북러 협력 대응’ 러 선박 4척 등 독자제재…외교부, “실수 말라” 경고 랭크뉴스 2024.06.27
26548 김진표 "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대통령실 "멋대로 왜곡"(종합) 랭크뉴스 2024.06.27
26547 "망하게 해줄까" 치킨집 갑질 공무원, 대구 중구청 '뒷북' 고발 랭크뉴스 2024.06.27
26546 화성 화재 사망자 23명 모두 신원확인…“압수물 분석 중” 랭크뉴스 2024.06.27
26545 [단독] ‘채상병’ 이첩 문제삼던 군, ‘훈련병 사망’ 이첩엔 “잘한 것” 랭크뉴스 2024.06.27
26544 "나라 지키다 돌아가신 분만…" 안산 아리셀 분향소서 파출소장 구설수 랭크뉴스 2024.06.27
26543 'BTS 입대' 미리 알고 주식 팔았다…2억 손실 피한 하이브 직원들 결국 랭크뉴스 2024.06.27
26542 피겨 이해인 “성추행 아냐···부모 반대로 헤어졌다 비밀 연애” 랭크뉴스 2024.06.27
26541 대통령실 "멋대로 왜곡, 개탄스럽다"… '尹 이태원 조작설 거론' 주장 정면 반박 랭크뉴스 2024.06.27
26540 밀가루 이어 설탕도 '백기'…빵·아이스크림값 내릴까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