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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은 잠실차병원 난임센터 교수
난임 시술 환자 증가세···2022년 14만 명 넘어
착상전 유전검사, 난임시술로 임신 성공률 높여
잠실차병원, 미성숙난자 체외배양 연구센터 갖춰

[서울경제]

“교수님, 잘 지내시죠? 일주일에 두 번씩 청주와 분당을 오가며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제 옆에 귀여운 딸래미가 자고 있네요. ”

최근 분당차병원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달 중순께 잠실차병원 난임센터 개원 멤버로 합류한 신지은(사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던 김서경(46·가명) 씨다.

난임 병원에서는 시험관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하면 소위 ‘졸업시킨다’고 표현한다. 졸업 후 분만 등 나머지 단계는 차병원 일반 산부인과나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진행하다 보니 언니·동생처럼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다. 신 교수는 “(글의 내용을 전해 듣는 순간) 작성자 이름을 보지 않고도 임신 성공 소식을 전하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왕복 4시간 거리를 오가면서도 임신을 간절히 원하던 환자라 무사히 출산했을지 궁금했는데 기쁜 소식이 들려 와 참 반가웠다”고 말했다.



◇늦어지는 결혼에 난임 인구 증가세…마흔 넘어 시술 수요도 껑충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은 채 1년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해도 임신이 되지 않은 상태다. 임신은 남성과 여성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난임의 원인을 한 두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나이’가 임신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의학계 정설이다. 최근 국내에서 난임 시술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결혼·출산 연령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여건상 결혼을 앞당기기 어렵다 보니 미래의 아이를 위해 차선책으로 ‘난자동결’을 선택하는 미혼 여성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올해 38세인 개그우먼 박나래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당장 결혼 생각은 없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다”며 ‘난자 냉동’ 계획을 밝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 차병원의 경우 작년 한해동안 이뤄진 난자냉동 시술만 1182건으로 9년새 6배 이상 뛰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시술 환자는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16.0%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난임시술을 받은 연령대는 30대가 9만3635명(66.7%)으로 가장 많았는데 40세가 넘어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도 4만7401명이나 됐다. 5년 전과 비교하면 56.2%(1만7053명)가 늘어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난임 부부가 몰려오는 차병원은 다른 병원에 몇 년씩 다니다 마지막에 찾은 이들이 많다. 안 그래도 결혼 시기가 늦은데 병원 문을 두드리기까지 시간을 낭비했으니 임신 과정도 더욱 고되다.



◇ 착상전 유전검사로 ‘건강한 배아’ 선별…유산율 낮추고 임신·출산 성공률 높여


마흔이 넘어 세 살 위의 남편과 결혼한 김 씨도 비슷했다. 조급한 마음에 결혼 2년째 집에서 가까운 난임 시술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두 차례 시험관 시술에서 착상에 실패하자 조바심이 났다. 몇 달간 혼자 끙끙 고민하던 김씨는 2022년 44세가 되어 분당차병원에 왔다. 부부가 난임센터에 내원하면 여성은 난소기능검사(AMH)와 초음파검사·자궁나팔관 조영술검사, 남성은 정액검사를 받는다. 기본적인 검사 후 전문의와 상의해 원인에 맞는 임신 시도 방법을 결정한다. 김씨 부부는 흔히 시험관 아기 시술로 불리는 ‘체외수정-배아이식’(IVF-ET)을 진행했다. 여성의 난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과정이 이뤄지는 자연임신과 달리 여성의 성숙 난자와 남성의 정액을 인위적으로 채취해 배양접시에서 수정시킨 후 2~7일 동안 배양시키고 여성의 자궁내막으로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운 김씨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신지은 잠실차병원 난임센터 교수가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잠실차병원


신 교수가 착상전 유전검사(PGT) 결과를 이유로 난자 채취 과정을 거듭하자 어느 날 김씨는 ‘이러다 (배아) 이식 한번도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며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착상전 유전 검사는 시험관 시술 중 착상 전 배아 단계에서 유전질환이나 염색체 이상 유무를 진단한 다음 정상 배아만을 선별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수정된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 검사한다. 과거에는 가계에 유전병이 있거나 첫 아이가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경우 유전병 없는 수정란을 선별해 자궁에 이식하려는 용도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임신 실패나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염색체 이상이 있는 난자가 배란될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유산 등 임신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난자 수가 적은 데다 좋은 배아가 만들어지지 않아 1년 반동안 난자 채취만 7번 했다”며 “신중하게 배아이식에 신중을 기한 덕분에 단 1번의 배아 이식만에 임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잠실차병원, 난임 치료 명의 총집결…“개인 맞춤형 시험관아기 시술”


신 교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시험관 아기 시술로 임신에 성공하려면 배아 상태와 자궁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배아 이식에 신중을 기한다. 환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는 “저 역시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임신이 안되거나 유산이 되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때론 환자와 같이 엉엉 울기도 한다”며 “전 세계 어느 기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차병원 연구실의 배양기술을 믿기에 유전검사를 통해 개인별 최적의 처방을 내리고 건강한 배아를 얻는 데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지은 잠실차병원 난임센터 교수. 사진 제공=잠실차병원


서울 송파구에 개원한 잠실차병원 난임센터는 그간 효율이 낮아 중단되다시피 했던 ‘미성숙 난자 체외배양(IVM)’ 연구센터를 갖췄다. IVM은 과배란주사를 일절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해 시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난소과자극증후군의 위험이 높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 유용한 방법이다. 과배란 유도제를 사용할 수 없는 호르몬 의존성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받기 전 생식력 보존을 원하는 경우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개원한 잠실차병원 난임센터의 대표 의료진. 신지은(왼쪽부터)·박지은 교수, 이학천 원장, 최동희·원영빈·최승영 교수 등 기존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임신 성공률이 높기로 입소문 난 의료진들로 구성됐다. 사진 제공=잠실차병원


신 교수는 “핵성숙 뿐 아니라 세포질성숙에 초점을 맞춰 체외성숙 배양액의 조성 및 배양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미성숙난자의 체외성숙, 배아발달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개인 맞춤형 시험관센터를 통해 난임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돕기 위해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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