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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지표 탄탄… 연준 피벗 시점 늦춰질 듯”
”韓 GDP 전망치도 달라져… 상향 조정 불가피”
”물가도 다시봐야… 기존 예상치 의미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견조한데다, 우리나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통화정책의 전제 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2일(현지 시각) 오후 조지아 트빌리시의 한 호텔에서 한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 통화정책방향 발표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 시각) 오후 조지아 트빌리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1분기 우리나라 GDP ‘깜짝’ 반등 ▲이스라엘-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세 가지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가장 먼저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것을 언급했다. 그는 “4월까지만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줘서, (한은도)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면서 “그런데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연준의)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최근 미국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는 등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성장률도 2% 후반대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피벗이 지연되면 한은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본 유출 가능성을 막기 위해 현재 2%포인트(p)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상단 기준, 한국 3.5%·미국 5.5%)를 유지해야하는 한은으로서는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리 격차가 더 커지면 우리나라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진다.

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1분기 GDP가 생각보다 굉장히 좋게 나왔다”면서 “수출은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한은 입장에서 우리가 뭘 놓쳤는지, 그 영향이 일시적인 것인지 더 길게 갈 것인지를 점검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속보치) 성장했다. 작년 한해 성장률 1.4%에 맞먹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정부 2.2%, 한은 2.1%)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OECD는 지난 2일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성장률이 조정되면 물가 경로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GDP 성장률이 높아지면 총수요 확대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이 총재는 “성장률이 어떻게 바뀔지에 따라 하반기 물가를 다시 봐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지금 상태에서는 물가 수준이 기존 예상에 부합했는지를 보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하반기 CPI 상승률을 2.3%, 연간 상승률을 2.6%로 예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란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환율과 유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4월 통방 이후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기름을 많이 수입하는 만큼 유가 충격에 대한 (경제)변동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과 유가는 중동 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직후인 지난달 중순에는 환율이 장중 한 때 1400원을 돌파했고, 국제유가(브렌트유)도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자 환율은 다시 1370원대로 내려왔고, 유가는 80달러 중반으로 하락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자료를 보면서 금융통화위원들과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2주 동안 금통위원들과 어려운 논의를 할 것 같다”면서 “지금은 금통위원들도 과거의 판단을 그대로 가져갈지 모르겠다. 금통위원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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