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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하는 벤츠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들어온 상태. 사진 SBS 캡처

입주민 대신 벤츠 차량을 옮기다 사고를 낸 아파트 경비원과 해당 차량의 차주가 급발진을 주장하며 자동차 제조사 등을 상대로 억대 소송에 나섰다.

경비원 안모(77)씨와 벤츠 차주 이모(63)씨를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2일 오전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수입사), 한성자동차(판매사)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 계획을 밝혔다.

안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중 주차된 이씨의 벤츠 차량을 대신 옮기려다 사고를 냈다. 차량이 한차례 뒤로 돌진한 뒤 다시 앞으로 돌진하면서 주차된 차량 12대를 들이받았다.

이 아파트는 경비실에서 차 키를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경비원이 차를 이동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사고 뒤 직장을 그만둔 상태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하종선 변호사(오른쪽)가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 벤츠를 대리주차하던 중 차량 12대를 들이받은 사고와 관련해 벤츠 본사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경비원 안모씨, 차량 주인 이모씨, 하 변호사. 연합뉴스

하 변호사는 이날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씨가 몰던 차량이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뒤로 돌진한 점 ▶변속 레버를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차량이 앞으로 돌진한 점 ▶사고 당시 차에서 엄청난 굉음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차량 시스템 결함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비원의 신체적 부상 및 정신적 피해, 직장을 잃음으로써 발생한 손실과 사고 차량의 환불액, 피해 차량 수리비 등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다음 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기 소송 규모는 3억원가량이며, 이 중 차량 수리비는 최소 1억5000만원 규모다. 청구액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늘릴 계획이다. 벤츠 본사와 벤츠코리아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 벤츠를 대리주차하던 중 차량 12대를 들이받은 사고와 관련해 벤츠 본사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경비원 안모씨가 직접 쓴 입장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벤츠 측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데이터인 사고기록장치(EDR)와 전자제어장치(ECU), 자동긴급제동장치(AEB) 등에 대해서는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안씨는 "브레이크를 꼭 밟고 살살 운전하던 중 차가 쏜살같이 '쾅쾅'하면서 여러 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분명히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억울하고 참담하다. 꼭 진실을 밝혀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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