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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남아시아 체감온도 50도 안팎
무더위에 열사병 환자, 사망자도 속출
"전력시스템 과부하… 냉방 자제" 호소
1989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폭염이 덮친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인력거꾼이 땀을 닦고 있다. 다카=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 동남아시아가 ‘괴물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체감온도 50도를 웃도는 사상 최악의 더위가 일상이 되면서 각국에서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두 개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올봄·여름 최악의 전력난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 ‘체감온도 50도’ 사망자 속출



2일 동남아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시작된 무더위는 5월이 되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1일 26개 지역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북부 람팡 지역은 최고 44.2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도 방콕 기온은 40.1도를 기록했다.
태국 기상청은 “습도를 고려한 방콕 체감온도는 52도”라며 ‘매우 위험’ 수준의 폭염 경보를 발령
했다.

태국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선 지난달 30일 나콘시탐마라트주 론피분 지역에서 인부들이 휘어진 철로를 물과 얼음으로 식히고 있다. 태국 국영 철도 제공


폭염에 철로가 휘고 도로포장이 녹기도 했다. 태국 국영철도는 1일 남부 나콘시탐마라트주(州)에서 선로가 변형되고 레일을 받치는 철로 침목이 고열로 부풀었다고 전했다. 철로는 통상 55도를 넘어가면 휘어질 위험이 커진다.

무더위는 목숨도 위협한다.
태국에서는 올해만 열사병 관련 사망자가 30명이나 나왔다. 지난해 1년간 폭염 사망자가 37명이었는데 4개월 사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셈
이다.

베트남은 최근 전국적으로 기온이 39~42도까지 올랐다. 동나이성(省) 등 남부 지방은 44도까지 기록했다. 급격한 수온 상승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동나이 300헥타르 규모 저수지에서는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필리핀은 지난달 말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한 뒤 공립학교 4만7,000여 곳의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

이웃국가
미얀마 캄보디아도 수은주가 45도 안팎으로 치솟으며 종전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 찬 유타 캄보디아 수자원기상부 대변인은 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1854년 이후 170년 만에 가장 뜨거운 날씨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얀마 기상청도 “중부 마그웨이 온도가 48.2도를 기록했다”며 “관측이 시작된 이후 56년 만의 최고 기온”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기온이 44도를 웃돈 지난달 30일 남부 동나이성의 한 저수지에서 시민이 폭염으로 폐사한 물고기 수십만 마리를 수거하고 있다. 동나이=AFP 연합뉴스


”폭염에 유권자 안 나와” 인도 총선 흥행 실패?



남아시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도 동부 콜카타는 기온이 46도, 남부 텔랑가나주는 43.4도까지 치솟았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현재 온도는 작년 4, 5월 평균 기온보다 5~10도나 높다”며 “남부와 동부 지역의 경우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가 50~60도까지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상자도 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인도에서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9명이다. 지난달 24일에는 마하라슈트라주 푸사드 지역에서 국회의원 후보가 유세 도중 더위에 쓰러지기도 했다.
극심한 더위가 현재 진행 중인 총선 투표율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도 나왔다.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은 “폭염으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으면서 투표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웃 국가 방글라데시도 기온이 42.6도까지 상승했다. 1989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지난달 30일까지 닷새간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만 최소 34명에 달한다.

무더위로 고통받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AFP통신은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달궈지면서 인도와 태국 등에서 피부 열화상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이 폭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인도 콜카타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폭염으로 인한 열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콜카타=AFP 연합뉴스


전력난 발생할라, 동남아 각국 전전긍긍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는 통상 5월이 1년 중 가장 덥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고온 현상이 계속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세계 이상기후를 연구하는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아시아 전역에서 수천 개의 기온 기록이 잔혹하게 훼손(경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기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지적
했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더위는 기후변화와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킴 우드 미국 애리조나대 기상학 교수는 “장기간에 걸친 강렬한 폭염의 원인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바다”라며 “북인도양의 기온이 사상 최고로 오르며 (아시아) 대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에 정차하고 있다. 1일 방콕의 체감온도는 섭씨 52도까지 올랐다. 방콕=EPA 연합뉴스


문제는 ‘사람 잡는 더위’가 이달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은 전력난이 발생할까 전전긍긍하며 전력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트남 전력 당국은 시민들에게 “에어컨을 과도하게 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필리핀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냉방 수요가 급증해 전력 시스템에 과부하가 일어났다”며 전력난 발생 가능성을 경고
했다. 태국은 지난달 29일 최대 전력수요가 3만6,699메가와트(㎿)에 달해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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