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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효진 기자


2일 오후 2시30분 이태원참사특별법 표결이 시작되자 국회 본회의장이 술렁였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 20여명이 방청석에서 표결을 지켜봤다. 전광판에 ‘찬성 256인’ 글자가 떠올랐다. 유가족들은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떨구고 울음을 삼켰다.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힘을 냅시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다른 유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이 위원장은 “이렇게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왜 1년 6개월이나 미뤄왔는지 원망스럽지만 오늘 이렇게 통과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고 송은지씨 아버지 송후봉씨와 어깨동무를 하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유가족협의회 등은 특별법 통과 직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거부권에 막혔던 법이 늦게나마 통과된 건 진전”이라며 “정부·여당은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와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특별법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5도를 웃도는 폭염, 체감온도 영하 20도 한파에도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나 특별법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고 오지민씨 아버지 오일석씨는 지난해 3월 다른 유가족 3명과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았다.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특별법 제정 서명 동참을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는 다 해결된 문제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주저앉고 싶었다고 한다. 광주에서 5·18희생자들의 어머니들에게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슬퍼도 끝까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4월5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청원 5만명 서명을 받아 결실을 봤다.

그러나 이후에도 특별법 제정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6월 이 위원장은 특별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장에서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와 11일간 단식을 벌였다. 생전 처음 해본 단식이었다. 몸무게는 8㎏ 가까이 빠졌다. 이 위원장은 “단식이 절박함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팔, 다리 근력 소실 등 후유증이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특별법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국회 담장 밖 3㎞를 오체투지를 하며 돌았다. 고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씨도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몸을 뉘었다. 박씨는 “몸이 힘들지는 않았다. 단지 ‘왜 국가가 국민이 요구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지’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여당이 야당이 단독처리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자 박씨는 다른 유가족 10명과 삭발했다. 딸들이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않았다. 박씨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내심 21대 국회에 통과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제 진실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이 아니라 진상규명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며 “다시 한번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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