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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요즘 제주도에서는 경찰관들이 순찰차는 세워두고, 도로변과 백사장 등 곳곳을 걸어다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고 합니다.

근무시간에 이른바 러닝머신에 올라가 뛰는 경찰관들도 있는데요.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이 쌓이는 행사에 참여하는 거라는데, 사정을 좀 더 알아보니, 마냥 훈훈한 얘기만은 아니었습니다.

김태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입구.

경찰관들이 차량을 세워둔 채 걷기 시작합니다.

해변길을 따라 시작된 발걸음은 백사장으로, 도로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순찰을 하며 걸음 수에 따라 기부가 되는 걷기 행사에 참여 중인 겁니다.

"여기 지금 오늘 3천 보 걸음.."

제주도 곳곳을 걸어다니는 경찰관들은 한 달 전부터 부쩍 늘었습니다.

제주경찰청이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석 달간 하루에 6천 보씩을 걸으면 범죄피해자들에게 5천만 원을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한 이후부터입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문제는 상당수 경찰관들에게 강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이 행사 때문에 많은 경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선 경찰서들은 걷기 실적이 인사 고과에 반영된다며, 경찰관들에게 휴대폰에 걸음 수가 측정되는 앱을 깔도록 지시했습니다.

[제주 OO경찰서 경찰관 (음성변조)]
"'성과평가에 반영을 한다' 너무 어이가 없고 협박으로밖에 안 들리고 지금 21세기에 이럴 수가 있나.."

행사 앱에 경찰관 개인별, 경찰서별 걸음수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경찰서 간 경쟁도 더해졌습니다.

[제주 OO경찰서 경찰관 (음성변조)]
"'어느 부서는 이만큼 걸었고' 실시간으로 순위화되기 때문에 걸을 수밖에 없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부분입니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에 러닝머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제주 OO경찰서 경찰관 (음성변조)]
"'어떻게 이렇게 1등을 하냐' 하니까 제일 좋은 건 러닝머신 뛰는 게 제일 빨리 올릴 수 있다고.."

걷기 경쟁에 내몰린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세워둔 채 멀리 걸어가는 일이 잇따르면서, 사건 대응에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 OO경찰서 경찰관 (음성변조)]
"걷는 거에 치중을 하게 되면 갑자기 큰 사건이 일어났다든가 그럴 경우에는 다시 순찰차로 돌아가야 되고 (대응)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걷다가 절도범을 잡는 등 우수사례가 나오면 승진과 평가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었다며, 감점은 없고 가산점을 주겠다는 거라 강요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그동안 인사고과를 앞세워 강요받아온 건 구체적인 '걸음 수'였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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