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폭우 속 삼보일배 눈밭서 오체투지 해와
야당 의원들과 많은 시민들의 힘에 감사”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법안 통과를 알리는 목소리가 국회의사당 회의장에 울려 퍼지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고 이남훈씨 엄마 박영수(57)씨는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앞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이, 묵묵한 표정으로 악수를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을 떠나보낸 지 1년 반, 엄마 아빠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2일 오후 2시33분,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6개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석 달 만이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특별법 이야기가 나온 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법안 통과에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유가족들은 본회의가 끝난 오후 3시30분께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반의 싸움 끝에 특별법 통과를 얻어낸 소회를 밝혔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오늘은 정말 우리 유가족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유가족들은 폭우 속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한겨울 눈밭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오로지 진상규명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며 지난날을 되짚었다. 이어 “우리의 마음에 공감해주신 야당 의원님들과 많은 시민들의 힘이 없었으면 이런 결과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에 대한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대한민국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책무를 다하는 최소한의 법률”이라며 “이 최소한의 법을 제정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는 것에 21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이태원 참사가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것”이라며 “특조위를 통해 왜 이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덕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국민의힘에 하나만 당부하고 싶다. 그동안 다른 (특별조사)위원회에 추천했던 사람들처럼 조사를 방해하고 무력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생명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바람을 가진 전문가를 추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있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이들은 참사 당일 최초 신고가 접수됐던 저녁 6시34분에 맞춰 아들딸의 영정 앞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올렸다. 참사 551일이 지난 이날, 엄마 아빠들은 “이제야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383 김정숙·김건희 모두 특검?…文 '영부인 첫 단독외교' 일파만파 랭크뉴스 2024.05.20
14382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악천후로 수색 난항" 랭크뉴스 2024.05.20
14381 KC 미인증 금지 → 위해성 확인 제품만 차단…현실 못 본 행정 랭크뉴스 2024.05.20
14380 전국 대체로 맑고 일교차 커…수도권 오전 한때 비 랭크뉴스 2024.05.20
14379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방침‥'재표결' 야권 결집 랭크뉴스 2024.05.20
14378 잊히지 않는 소리 냄새…1명이 ‘기억’ 꺼내자 150명이 덧붙였다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③] 랭크뉴스 2024.05.20
14377 인천공항에 설치된 예술 작품, 석연찮은 선정에 관리도 엉망 랭크뉴스 2024.05.20
14376 오늘 '서울의소리' 대표 소환‥'입주민'도 불러 랭크뉴스 2024.05.20
14375 “위고비 독주 끝내자” 글로벌 빅파마들, 비만신약 ‘왕좌의 게임’ 랭크뉴스 2024.05.20
14374 [농축산 열전]② ‘형님·아우’ 하는 보리·밀… 곡식 넘어 기호 식품으로 진화 랭크뉴스 2024.05.20
14373 급격히 성장한 C커머스 '발암물질' 논란에 4월 매출 40% '뚝' 랭크뉴스 2024.05.20
14372 불교행사로 대중 앞에 선 金여사…'영부인 역할론' 이해구할까 랭크뉴스 2024.05.20
14371 박용만도 감탄해 작품 살 정도…발달장애 딸 재능 발견한 엄마 랭크뉴스 2024.05.20
14370 벼랑 끝 중환자실…전공의 이탈 석달에 교수들 주130시간 근무 랭크뉴스 2024.05.20
14369 "오빠의 성폭행에 '이해하라'는 가족들… 사과 받고 싶어요" [정우열의 회복] 랭크뉴스 2024.05.20
14368 김호중 “음주운전 했다”…사고 열흘 만에 시인 랭크뉴스 2024.05.20
14367 "윤 대통령, 한국은 유럽과 다르다고 말해야"… 트럼프 측근의 방위비 조언 랭크뉴스 2024.05.20
14366 금투세 대상자, 2020년엔 수천명이라 봤는데 지금은 수십만명일 수도... 원인은 채권 랭크뉴스 2024.05.20
14365 5개월 만에 대중 앞에 선 김여사‥활동 본격화? 랭크뉴스 2024.05.20
14364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생사 불확실…악천후로 구조 난항 랭크뉴스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