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3% 턱 밑인 2.9%로 살짝 둔화
농축수산 물가 높아 소비자들 체감은 어려워
농축수산 물가 높아 소비자들 체감은 어려워
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 만에 2%대로 둔화했다. 기상 여건 개선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달에 견줘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채소와 과일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 상승률 둔화를 체감하기 어렵고, 국제유가와 환율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물가 전망은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월에 견줘 2.9% 올랐다. 올해 1월 2.8% 상승률을 기록한 뒤, 2∼3월 각 3.1%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가 다시 2%대 상승세로 둔화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상승폭 둔화는 농축수산물과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폭 축소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올랐다. 여전히 가파른 오름세이긴 하지만, 지난 2∼3월에 견줘서는 상승폭(2월 11.4%, 3월 11.7%)이 줄었다. 지난달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8% 올라, 역시 상승세 둔화 흐름을 나타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 1월엔 3.5%, 2월 3.4%, 3월 3.1%였다.
그러나 여전히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 영향은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77%포인트였다. 지난달 상승률(2.9%) 가운데 26.5%는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요인이었다는 의미다. 사과(전년 동기 대비 80.8% 상승)와 배(102.9% 상승) 가격은 지난달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배 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폭은 3월 1.2%에서 지난달 1.3%로 소폭 커졌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준다. 최근 중동 위기 고조로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린 국제유가는 5월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300원대가 일상이 된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점도 물가당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천소라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근원물가도 꾸준히 계속 내려가고 있어 (둔화) 추세 자체가 바뀔 거 같지는 않다”며 “다만 사람들이 체감하기엔 미미한 수준이고, 국제유가와 환율 등은 계속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월 2.5%→2월 2.5%→3월 2.4%→4월 2.3%로 나타났다.
이날 대통령실은 성태윤 정책실장이 직접 이끄는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와 국가전략산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농수산물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구조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생 변수인 국제유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쩔 도리는 없는 만큼, 농축산물 가격 안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물가는 울퉁불퉁하게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