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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사관 없는 ‘1 대 1’ 신문 관련 법규 개정 용역 공고
인력 부족 등이 이유…법조계 “변호인 참여 수반돼야”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경찰 형사팀장 해준(박해일)은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인 부인 서래(탕웨이)와 조사실에 일대일로 마주 앉는다. 해준은 서래의 과거와 남편의 사망 당시 행적을 캐묻는다(사진). 서래가 피의자 신분이고 조사실에 다른 경찰관이 없었다면 현행법상 ‘위법한 조사’에 해당한다. 피의자를 신문할 때 검사는 검찰수사관을, 사법경찰관(경위 이상)은 사법경찰리(경사 이하)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243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 조항을 완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수사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지키기 어렵고 피의자 인권 보호 장치가 확충됐다는 이유에서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달 8일 ‘피의자 신문 참여의무 제도 관련 인권보장 수사환경 진단 및 법령개선 방안 연구’라는 정책연구 용역 사업을 입찰 공고했다. ‘피의자 신문과 참여자’에 관해 규정한 243조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다. 경찰은 정책연구 제안서에서 “참여 제도에 대해 법에서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역할이 모호해 일선 수사부서에서는 제도를 형식적으로 인식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령개선’에 나선 근거 중 하나로 인력 부족을 들었다. 경찰 수사관 1인당 담당 사건이 지난해 12월 기준 16.9건으로 과중한 데다 인력도 부족해 다른 수사관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환경 변화도 지적했다. 개별 조사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고, 변호인이나 신뢰관계인이 동석할 기회가 확대됐으며, 영상녹화·진술녹음 등으로 참여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 조항을 인권 보호와 위법 조사 가능성 방지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노태악 대법관이 대표 편집한 <주석 형사소송법>은 이 조항이 “단독 조사를 금지해 신문조서 기재의 정확성과 신문절차의 적법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이어 “참여자 없이 작성된 조서는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인 참여가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2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한 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경찰관은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경찰관이 조사에 참여한 것처럼 도장을 임의로 조서에 찍었다. 2022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 신문 시 참여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경찰에 권고하기도 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인권 보호를 위한 다른 장치가 확보된다는 조건이라면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변호인 참여나 신뢰관계인 동석 등 조건을 갖춘다면 참여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관 2인이 상호 감시토록 함으로써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 조항이 과거 고문 등 가혹행위를 막는 데 제 역할을 못했던 반면 이제는 상황이 개선돼 실효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양 변호사는 법 개정 움직임이 수사기관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조항에 손을 대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수사 인력 부족은 형사사건 숫자를 줄이는 노력으로 해결해야지 형사소송법 원칙을 어기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변호사 참여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해도 일부 피의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 촬영도 수사의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사관의 일탈을 막는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여 의무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70년 전과 달라진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취지”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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