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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앞둔 트럼프의 구상…타임 "제왕적 대통령제 윤곽 봤다"

현지 시각 1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 다시 나서는 후보로서의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사실상 첫 기회였습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모든 토론에 불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트럼프 논객'으로 알려진 터커 칼슨 등과를 제외하고는 언론 인터뷰를 갖지 않아 왔습니다. '트럼프에게 변명의 장만 마련해줬다'는 혹평을 받았던 지난해 5월의 CNN 타운홀 행사가 사실상 유일한 기성언론 출연일 정도였습니다. (이 행사가 큰 비판을 받으면서 당시 CNN의 CEO였던 크리스 리히트는 사임했습니다.)

'타임'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플로리다의 트럼프 자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며, 최측근들까지 취재한 결과 "미국과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편할 제왕적 대통령제의 윤곽을 봤다"고 총평했습니다. 트럼프 측근들이 입법부와 법원이 백악관에 부과하는 많은 제약을 없애고 더 강력한 최고 통수권자를 위해 대통령직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타임'이 요약한 인터뷰 결론은 트럼프가 "▲ 1,100만 명 이상을 추방하기 위한 대규모 추방작전을 위해 이민자 수용소를 건설하는 동시에 국경에 미군을 배치하고, ▲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낙태 금지를 위반한 사람을 기소하고, ▲ 의회가 자금을 승인해도 개인 재량으로 보류해버리고, ▲ 기소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미국 검사를 쉽게 해고해 미국 건국 이래 이어져 온 독립적 법 집행의 전통을 깰 것"이라는 겁니다.

■ 트럼프의 미래는 "놀라운 위험"…"방위비 분담 안 올리면 주한미군 철수"

이런 트럼프의 계획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도 '놀라운 위험'을 의미할 수 있다고 '타임'은 적었습니다. "트럼프는 전임자들보다 국제관계에 대해 거래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우방에 대한 경멸과 시진핑 중국 주석, 오르반 헝가리 총리, 보우소나르 브라질 전 대통령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긴 인터뷰 거의 끝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전문을 그대로 싣습니다.

▶ 타임: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하겠습니까?
▶ 트럼프: 저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이 4만 명 병력에 대해 사실상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을 했습니다. 우리는 다소 위험한 지역에 4만 명의 병력을 두고 있습니다. 왜냐면 바로 옆에 저와는 아주 잘 지냈지만, 포부 같은 걸 갖고 있는 사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는 위험한 지역에 4만 명의 군대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게 이제 당신들이 나서서 비용을 낼 때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죠. 우리는 사실상 그들의 군대 대부분을 무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떠나고 지금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을 겁니다. 제가 맺은 협상을 재협상한 걸 아시는지 모르지만요. 그리고 한국은 아주 적은 돈을 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내 재임 당시) 우리가 군대를 주둔시키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냈습니다. 제가 들은 건 한국이 바이든 정부와의 재협상을 통해 그 숫자를 거의 아무것도 내지 않았던 이전 수준으로 훨씬 낮출 수 있었다는 겁니다.

▶ 타임: 대통령님, 당신은….
▶ 트럼프: 그건 말이 안 돼요. 우리가 왜 누군가를 방어해야 하죠? 우리는 지금 매우 부자인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어요. 그들은 매우 부유한 데도 왜 돈을 안 내려고 할까요? 사실 한국을 상대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즐거운 거래가 됐어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 군대가 한국에 있는 데 대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수십억, 수십억 달러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당시 한국에 5~6배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었습니다. 당시 1조 원이 조금 못 되던 분담금을 5~6조 원 대로 파격 인상해달라고 한 겁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재임 당시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우겼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의 우선순위로 하자"고 제안하자 그제야 '재임'이라는 말에 미소지으며 "그렇지, 맞아."라고 답했다는 얘기도 담겨 있습니다.

2021년 4월,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뒤 로버트 랩슨 당시 주한미국대사 대리(좌)와 최종건 당시 외교부 1차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말릴 '어른' 없는 트럼프 2기는 '폭주'?…과장·오류 발언도 여전

당시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은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는데 막무가내인 이른바 '어린이' 트럼프를 가르치고 뜯어말린 사람들입니다. 이제 트럼프의 측근에 이런 '어른'은 없습니다.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의 가장 핵심 기준은 '충성심'이라고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말합니다.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원하는 방향에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맞춰주는 측근들이 주변에 포진했다는 게 미국 정가의 평가입니다. 트럼프가 실제 집권하면 지금의 발언이 그대로 실행될 확률이 1기 때보다 더 높고, 압박도 더 강할 거라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틀리거나 과장된 사실을 잔뜩 근거로 들어 발언하는 트럼프의 습관이 변치 않았다는 것도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타임'이 인터뷰 기사와 별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한 검증 기사를 별도로 낼 정도였습니다.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4만 명'이라고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는 실제로는 '2만 8,500명'입니다. 트럼프는 한국이 자신의 재임 이전에 거의 돈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하기 시작한 건 1991년부터입니다. 트럼프 재임 전 해인 2016년 9천441억 원으로 이미 한 해 1조에 가까웠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한국의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지만, 바이든 정부 첫해인 2021년 분담금은 파격적으로 13.9%가 올라 2021년엔 한 해 1조 1천833억 원이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 말기에 진행되던 협상이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면서 몇 배 인상은 무산됐지만 6% 안팎이던 인상률이 14% 가까이로 크게 뛰며 미국은 손해 본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분담금 인상과 함께 고가의 무기를 다량으로 한국에 수출하기로 하면서 이중의 이득도 봤습니다.

지난 2월,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순환배치 임무 교대식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당시 협상의 기억이 생생한 한미 양국은 지난달 말 하와이에서 2026년에 적용될 새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내년 초 쯤 시작해도 될 협상을 굳이 대선 전 바이든 행정부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가는 한미 양국이 방위비 협상을 마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하면 도울 것"…"중국엔 100% 관세 부과 고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만일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나토가 우리를 방어하러 올 거 같지 않다"면서 "조약을 재협상할 필요는 없고 그저 청구서의 돈을 지불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유럽과 (미국의 지원이) 같아지기 전에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타임'은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이 모두 천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트럼프 답변의 사실 관계를 정정했습니다. 중동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한다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스라엘이 공격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긍정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한 뒤, 이란 테헤란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모든 수입품에 10% 이상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0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국도 관세를 부과해 미국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타임'은 이에 대해 "트럼프는 관세가 미국 경제를 외국 제조업의 지배에서 해방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보호무역주의 의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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