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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쇼핑앱서 휴대용 청소기 500원
내수침체로 인한 잔여물량 수출

고물가 신음하는 국가에 위협적
가격경쟁서 밀려 산업붕괴 우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할인 판매하는 차량용 쓰레기통과 휴대용 청소기, 스마트폰 거치대를 구입했다. 결제 금액은 제품당 500원씩 총 1500원. 배송비는 무료였고 일주일 만에 제품이 집 앞에 왔다. 품질이 좋지 않아 오래 쓰진 못했지만, 이씨는 요즘도 틈틈이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들여다본다. 이씨는 “국내에서 몇만 원에 파는 제품이 절반 가격에 올라온다”며 “싼 게 비지떡이란 생각도 들지만 저렴한 가격에 자꾸 찾게 된다”고 1일 말했다.

이씨가 산 제품은 모두 값싼 범용 플라스틱이 주재료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플라스틱은 초저가 제품 생산에 활용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격 경쟁을 촉발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KB증권과 원자재시장 분석 기업 ICIS에 따르면 지난 2월 아시아지역의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은 85.9%로 2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범용 화학 공장 가동률이 60%에서 80%로 치솟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알리, 테무 등을 필두로 한 중국 초저가 소비재 판매 증가가 아시아 범용 플라스틱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국의 원재료 과잉 생산에 따른 초저가 완제품 수출이 세계 무역 시장을 뒤흔드는 ‘차이나 쇼크 2.0’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과거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값싼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던 차이나 쇼크와 유사한 상황이 20여년 만에 재현되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생산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플라스틱, 철강 등 원재료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완성차까지 공급망 전반을 손에 쥐고 세계 각국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는 주요국에 중국의 초저가 공세는 위협적이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자국 기업이 무너지며 궁극적으로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석유화학 과잉 생산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166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LG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1% 급감한 2646억원에 그쳤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던 시절은 중간재를 수출하던 한국 경제에 절호의 기회였다”며 “이제는 중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도리어 경쟁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쇼크 2.0의 배경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자리한다.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산업생산 부진에 무리한 설비 과잉이 겹치며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잔여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중국 철강의 수출 규모는 9500만t에 달한다. 반면 중국의 수입은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소매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7.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재 수입액은 5.2% 줄었다. 중국 자체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며 수입 제품을 대체하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세계 각국의 공포감도 확산하고 있다. 나날이 뛰는 물가에 중국의 초저가 침공을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자국 산업의 붕괴 현상을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과잉 생산이 세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값싼 상품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을 창출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했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찮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BMW그룹이 200억 위안(약 3조8000억원)을 중국에 추가 투자한다”며 “이 자체가 미국 등의 과잉 생산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적 물가 상승을 중국이 완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각국의 ‘대(對)중국 보호무역’ 장벽에도 차이나 쇼크 2.0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수출 홍수는 이미 여러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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