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해밀턴홀 ‘가자전쟁 반대’ 점거농성에 경찰 투입
1968년 베트남전 반대 농성 진압일과 같은 날
30일 밤 미국 뉴욕 경찰이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뉴욕 컬럼비아대의 해밀턴홀에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입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가자 전쟁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저항의 진앙이 된 뉴욕 컬럼비아대에 경찰이 진입해 건물 점거 농성에 나선 학생들을 체포했다. 1968년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나선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진압된 것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짜에 이뤄진 진압으로, 56년 전을 닮아가는 학생들의 저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30일 밤(현지시각) 뉴욕 경찰이 이날 새벽부터 수십 명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을 벌이던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에 진입해 농성자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 2층 창문으로 진입해 체포에 나섰다. 경찰은 교내 중앙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학생들도 체포했다. 캠퍼스 밖에서 진압에 항의하던 학생들도 연행됐다.

앞서 컬럼비아대 당국은 전날 오후 2시까지 천막 농성장을 떠나라는 통첩을 보냈지만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거부를 결의했다. 그 직후 학교 당국은 농성자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튿날 새벽 일부 학생들이 농성장 부근 해밀턴홀에 들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점거에 들어갔다. 컬럼비아대는 건물 점거 학생들을 퇴학시키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경찰에 진압을 요청했다. 네마트 샤피크 총장은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학교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이 농성에 가담해 “우리 캠퍼스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적어도 5월17일까지 교내에 머물러달라고 했다.

30일 밤 뉴욕 경찰이 체포돼 손이 뒤로 묶인 학생들을 경찰 버스에 태우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해밀턴홀 점거 학생들은 이 건물을 ‘힌드의 홀’이라고 자체적으로 명명한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이 기억하자고 한 힌드 라잡은 6살 팔레스타인 소녀로,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인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비극을 상징한다. 힌드는 지난해 1월29일 가족이 몰살당한 차량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지만 2주 뒤 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출동한 구조대원 2명도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쟁에 반대하고 군산복합체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진압은 1968년 컬럼비아대 상황과 여러모로 닮았다. 당시 해밀턴홀 등을 점거하고 베트남전 징집 반대와 이 학교의 군산복합체와의 관계 단절을 주장하던 학생 700여명을 경찰 1천여명을 투입해 진압한 날도 4월30일이다. 56년 전 농성은 반전 운동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이후 반전 운동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1970년 5월 주방위군의 발포로 켄트주립대에서 4명, 잭슨주립대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점거 농성을 한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투자 철회’라는 이름의 모임은 학교 당국이 “무장한 경찰과 군대를 불러들여 또 다른 켄트주립대와 잭슨주립대 사건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이후 미국 학생운동을 주도한 컬럼비아대에서 해밀턴홀은 꾸준히 점거 농성 장소로 쓰였다. 최초 진압 직후인 1968년 5월에도 학생 250명이 이 건물을 점거했다가 체포됐고, 1972년에도 점거 농성이 있었다. 1985년에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정책을 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 회수 요구 농성이 진행됐다. 1992년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맬컴 엑스(X)가 암살당한 장소인 컬럼비아대 소유 건물 개조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건물을 봉쇄했다. 1996년에도 인종·민족적 다양성을 교과에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이 점거에 나섰다.

컬럼비아대는 4월18일 경찰이 천막 농성 참가자 108명을 체포해 전국적 저항을 촉발한 곳이다. 이후 수십 개 대학에서 천막 농성 등이 진행돼왔다. 지난 29일에는 포틀랜드주립대 학생들이 도서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30일에는 경찰이 뉴욕시티칼리지에서도 천막 농성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이날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도 30명이 체포됐다. 이제까지 미국 전역에서 체포된 학생은 1100명가량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540 하마스 “가자 자발리야 전투서 이스라엘 군인들 생포” 랭크뉴스 2024.05.26
12539 의대 ‘1500명 증원’ 예정대로 간다…법원 “공공복리 중요” 쐐기 [민경진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4.05.26
12538 북, 한미 공중정찰·해군 해양순찰에 예민한 반응‥"공세적 대응할 것" 랭크뉴스 2024.05.26
12537 히로뽕계 회장님 명성도 덧없이…‘마지막 뽕 기술자’의 허망한 말로 랭크뉴스 2024.05.26
12536 137명의 사망자 낸 칠레 산불… “소방대원과 산림공단 직원의 방화 범죄” 랭크뉴스 2024.05.26
12535 기정사실화된 한동훈 등판…윤·한 갈등 지속되는 까닭은 랭크뉴스 2024.05.26
12534 80가구에 배당금 10억…농업 틀 바꾼 '1석 3조' 공동영농, 뭐길래 랭크뉴스 2024.05.26
12533 “다신 보지 말자” 사표 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반전[WOW] 랭크뉴스 2024.05.26
12532 "35만 원 먹고 어디 튀었나!" 골목길 숨어든 40대 '망신' 랭크뉴스 2024.05.26
12531 [주간증시전망] 불가능해 보이는 금리 인하 타이밍 맞추기 랭크뉴스 2024.05.26
12530 정부, 누벨칼레도니 체류 국민 6명 철수 지원 랭크뉴스 2024.05.26
12529 ‘수입 절대 의존’ 밀, ‘자급률 5%’는 불가능한 목표였나[경제뭔데] 랭크뉴스 2024.05.26
12528 하마스 “가자 전투서 이스라엘 군인 납치”…이스라엘은 부인 랭크뉴스 2024.05.26
12527 “이 집은 손주 줄 건데” 상속 시장 뜬다… 은행 유언대용신탁 1兆 ‘껑충’ 랭크뉴스 2024.05.26
12526 비수도권 의대, 지역 출신 선발 인원 2000명 육박…정원 80% 뽑는 곳도 랭크뉴스 2024.05.26
12525 “영유와 가격 비슷한데 돌봄까지”… ‘합법’ 필리핀 가사도우미 붐 생길까 랭크뉴스 2024.05.26
12524 '탈모' 푸바오 충격적인 근황…"몰래 '접객' 시켰나" 의혹 일파만파 랭크뉴스 2024.05.26
12523 태국서 침몰한 보트…구명조끼도 없던 관광객들 구한 韓 해경 랭크뉴스 2024.05.26
12522 ‘구속’ 김호중, 수사·재판 핵심은 ‘위험운전치상’…음주량 파악 ‘처벌 수위’ 가른다[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랭크뉴스 2024.05.26
12521 최저임금 '1만원' 넘는다? '차등 적용' 필요한 이유[수사Q] 랭크뉴스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