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제은효 기자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 저층 주택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주택가 사이사이로 나 있는 골목길의 소유주가 무려 수백 명에 달합니다.

'모아타운'이라는 서울시 재개발을 노리고 들어온 건데, 정작 이 지역은 개발 구역도 아니라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빨간 벽돌로 지은 빌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길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고, 곳곳이 오르막입니다.

이 동네 골목길 3필지, 약 4,000㎡ 땅은 1972년부터 한 가족의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재작년, 부동산 경매 업체 등 8곳이 이 땅을 29억 6천만 원에 사들였고 한두 달 만에 개인 263명에게 96억 4천만 원, 3배 넘는 가격으로 팔아치웠습니다.

업체 8곳이 거둔 수익은 66억 원에 달합니다.

성동구 송정동 골목길 4필지, 2440㎡도 같은 방식으로 개인 160명에게 2배 가까운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화곡동과 송정동,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주변에 모아타운 대상지가 있다는 겁니다.

MBC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서울시내 토지 지분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아타운 주변 지역에서 골목길 쪼개기 판매가 이뤄진 곳이 19곳 발견됐습니다.

총 면적은 13,453㎡, 투자자는 959명에 달합니다.

모아타운 대상지도 아닌 그 옆동네 골목길을 왜 샀는지, 구매자들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60대 여성/화곡동 도로 10㎡ 구매 (음성변조)]
"<몇 배 정도 오를 거래요?> 그때는 한 10배 정도 막 그렇게 얘기했어요. 머지않을 걸 한 5~6년.."

해당 구역이 모아타운 대상지라고 속아서 산 사람도 있었습니다.

[50대 여성/화곡동 도로 20㎡ 구매 (음성변조)]
"거기가 모아타운이라고 생각해서 한 걸로 아는데. 모아 타운이 아닌 데라고요? 그럼 여긴 아무것도 아닌 데예요?"

대부분 자금이 모자라 아파트나 빌라를 사긴 어려운 소액투자자들이었습니다.

[50대 남성/화곡동 도로 10㎡ 구매 (음성변조)]
"돈이 없으니까요. 코로나 이렇게 된 지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냥 업체만 믿고 투자했습니다."

이들에게 골목길을 판 부동산 업체에 근거를 묻기 위해 주소지로 찾아갔습니다.

대부분은 공유오피스라 만날 수 없었고, 만난 업자들은 수익이 날 만한 곳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송정동 땅을 판매한 업체는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을 매입가 1.5배에 팔아 다른 업체에 비해선 이윤이 적은 수준"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득을 보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조정흔/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기획부동산들이 보면 팔기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한 덩어리를) 딱 쪼개서 이제 한 3천만 원, 4천만 원 그 정도로 만들어줘요. 더 이상 금액이 커지면 이제 팔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한편 서울시가 전수 조사를 벌였음에도 드러나지 않은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기 거래'가 자치구 8곳에서 더 있었다는 어제 MBC 보도에 대해 서울시는 오늘 "부동산 업체들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등 적극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이준하 / 영상편집: 허유빈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780 법원 “5·18 국가 불법행위 이후 44년 동안 정신적 손해배상 지연”…위자료 2000만원 판결 랭크뉴스 2024.05.18
13779 메밀값 21% 내려도, 평양냉면 1만5000원…그틈 파고든 집냉면 랭크뉴스 2024.05.18
13778 취업 나선 대학생 10명중 3명 “성희롱 겪어”…韓 아닌 ‘이 나라’였다 랭크뉴스 2024.05.18
13777 5·18 기념식 찾은 조국 “전두환 이름 딴 공원 납득 안돼…대책 세울 것” 랭크뉴스 2024.05.18
13776 "내래 처음 보는 옷입네다"…北 여성들 '충격' 받은 김주애 패션은? 랭크뉴스 2024.05.18
13775 제주 이번엔 '비계 한우 등심'…"사장 항의했더니 그냥 드셔라" 랭크뉴스 2024.05.18
13774 대만 의원들, 쟁점법안 두고 국회에서 난투극···6명 부상 랭크뉴스 2024.05.18
13773 실연 뒤 깊은 상실감…어느날 목소리가 들려왔다 랭크뉴스 2024.05.18
13772 황우여 “5·18 정신 등 모든 것 녹여내는 개헌 필요” 랭크뉴스 2024.05.18
13771 대만, 새 총통 취임 사흘 앞두고 ‘의회 집단 난투극’ 랭크뉴스 2024.05.18
13770 뉴진스 멤버 5명 법원에 탄원서…“민희진 대표 해임돼선 안 돼” 랭크뉴스 2024.05.18
13769 여야 지도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한자리에‥'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랭크뉴스 2024.05.18
13768 LA경찰, 정신질환 앓던 한인에게 8초 만에 총격···유족 “경찰이 과잉대응 살해” 랭크뉴스 2024.05.18
13767 尹 '5·18 헌법전문' 공약에… 이재명·조국 '빠른 실천', 황우여·이준석 '제대로 개헌' 랭크뉴스 2024.05.18
13766 미 다우지수 종가 사상 첫 4만선 돌파…금·은 값도 고공행진 랭크뉴스 2024.05.18
13765 “위해성 확인된다면 반입 차단할 것”…직구 금지 80개 품목 ‘주류·골프채’ 없단 지적에 랭크뉴스 2024.05.18
13764 코로나19 두 번 걸린 파월 美 연준 의장… “시장 영향 미미” 랭크뉴스 2024.05.18
13763 文 "아내 인도 방문, 첫 영부인 단독 외교…악의적 왜곡 말라" 랭크뉴스 2024.05.18
13762 ‘뉴진스’ 멤버 5명 법원에 탄원서 제출…첫 공식 의견 랭크뉴스 2024.05.18
13761 설암 수술 감췄던 박용진 "낙천 충격, 의젓하게 대응하고 싶었다" 랭크뉴스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