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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과 2013년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변현민. 사진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변현민이 지난 달 29일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34세.

변현민은 의정부 출신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시작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운동했다. 주니어 시절엔 연습라운드 한 번 하지 못하고 대회에 나갔다.

재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고1 때 처음 70대 타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꾸준히 실력을 쌓았다. 고3 때 정회원이 되고 3년 만에 1부 투어에 올라갔다. KLPGA투어 2년 차인 2011년 히든밸리 여자오픈서 첫 우승했다.

이전까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으나 첫 톱 10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변현민은 2013년 S오일 챔피언십 우승으로 첫 우승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2019년 은퇴한 변현민은 “누구 자리를 빼앗아야 하는 치열한 경쟁에 지쳤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은퇴했다”고 말했다.

변현민은 인성이 좋은 선수로 꼽혔다. 캐디 비용이 없어 선수 생활 대부분 어머니가 가방을 멨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서 운동하는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고 재능기부를 했다.

골프업계에서는 “일부 선수들은 우승하면 태도가 변하고 스폰서 계약을 하면 그걸로 끝인데 변현민은 우승 후에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말단 직원에게도 감사 전화를 하던 선수”라고 평했다. 그를 후원했던 야마하 골프의 이동헌 대표는 “회사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도와주던 선수”라고 기억했다.

고인과 친했던 홍진주는 “투어에서 그를 싫어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어렵게 운동했지만, 항상 밝고 당찼으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변현민은 지난해 뇌종양 수술 후 재활 중 뇌수막염에 걸렸다. 올해 시력을 잃고 두통에 고통스러워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고인은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인생은 빨리 가는 것보다 좀 늦더라도 꾸준히 오래 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의 지인들은 “꾸준히 열심히 살던 착한 사람이 너무 빨리 갔다”고 아쉬워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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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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