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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커피 행사 유치 ‘부산홍보관’
“바다를 보며 마시면 커피 맛 있어서”
시민들 “이유 엉뚱” 행사용 급조 비판
업계서도 “커피 도시라 칭할 기반 없다”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오브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 권기정 기자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더 좋을까? ‘커피도시’를 선언하며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부산시의 정책이 ‘억지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 기반과 기업 육성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람만 많이 모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규모 행사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인 탓이다.

대표 상표(브랜드)를 키우는 등 전략 없는 정책에 시민들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떠들썩한 동원 행사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배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세계적인 커피 행사인 ‘2024 월드오브커피&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부산’이 개막했다. 부산시와 SCA(스페셜티커피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는 ‘월드오브커피’와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으로 나눠 오는 4일까지 진행된다.

70여개국 250개 기업에서 1만2000명이 참가해 커피 관련 제품·기술·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다. 커피 교류의 장(로스터빌리지)과 커피 강의와 비즈니스 미팅, 바리스타 파티 등 체험과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행사를 총괄한 부산시는 전시장 안에 ‘커피도시 부산홍보관’을 차렸고, 부산테크노파크가 홍보관 운영을 지원하면서 ‘커피도시 부산’을 알리고 있다.

홍보관에서는 부산이 한국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항기 부산해관(부산세관) 감리서에서 일했던 민건호 서기관(1843∼1920)이 쓴 일기 ‘해은일록’의 1884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특히 국내로 수입되는 커피콩(생두·원두)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와 ‘커피도시’가 될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하다고 부산시는 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개점 열기가 뜨겁고, 해안을 배경으로 커피문화가 조화를 이뤄 커피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도 설명한다.

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막한 ‘월드오브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 권기정 기자


하지만 시민들은 이 같은 부산시의 주장이 “다소 엉뚱하다”는 반응이다. 원두 수입항이 있어 경쟁력이 있고, 바다에서 커피를 마시면 맛이 있다는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최근 커피 관련 종사자가 급증하자 관련 행사를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에 사는 한 시민은 “대규모 행사만 치르면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가 전략적이고 치밀한 기획을 저해한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가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입장료를 받는 유료 전시회인데도 부산시가 예산 7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부산시는 “세계적인 커피 행사로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하기 때문”이라며 “커피인의 등용문인 세계커피대회에 부산 지역 커피인들이 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지역 커피숍 대표들은 “부산을 ‘커피 도시’라고 지칭할 만한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부산은 수돗물에 염소를 대량 투입해 커피 본연의 맛을 확보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커피숍 대표인 이선호씨(45)는 “부산은 선도기업(앵커 기업)이 없어 커피 시장을 주도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커피콩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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