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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개막…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회장 방한

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전시가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사로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1970년대부터 브랜드가 수집한 아카이브와 각국 고객으로부터 빌려온 개인 소장품 등 총 300여점을 공개한다.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장을 방문했다. 김경록 기자.

개막을 앞둔 지난달 25일, 까르띠에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62)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8년 까르띠에가 속한 리치몬트 그룹에 발들인 이후 까르띠에 일본 지사장, 리치몬트 일본 대표, 까르띠에 유럽 지사 매니징 디렉터 등 요직을 거쳤고, 2016년부터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DDP 전시장에서 만난 그에게 전시 배경과 까르띠에의 예술관에 관해 물었다.

-전시 제목인 ‘시간의 결정’, 어떤 의미인가.
“주얼리를 통해 영원성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작품의 제작 시기를 연도별로 나누지만, 이미 원석이 수억 년 전부터 땅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그걸 따지는 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결국 영원성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관념을 비껴가는 것이라는 게 전시의 메시지다. 그리고 주얼리에는 우리를 시간의 흐름 밖으로 꺼내 주는 힘이 있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장 내부. 김경록 기자


-300여 점 중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면.
“불사조와도 같이 보이는 버드 클립 브로치다.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늄으로 만든 것인데, 음영이 매우 아름답다. 불사조는 죽고 나서 재로부터 다시 태어난다. 어떻게 보면 영원한 삶의 또 다른 부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 상당수를 고객에게 빌렸다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전시품 대여 의뢰를 위해 연락하면 대부분 좋아한다. 자신의 소장품이 역사적 아카이브와 함께 전시된다는데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앞서 말한 보석의 영원성, 이로 인한 브랜드와 고객의 유대감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많은 직물을 제작했는데, 우리의 주얼리가 서로를 이어주는 씨실과 날실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시릴 비네론 회장 겸 최고 경영자가 이번 전시에서 까르띠에 브랜드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꼽은 버드 클립 브로치. 불사조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작품으로 시간의 영원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현상 기자.


-까르띠에 주얼리를 예술로 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음악·미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 주얼리는 ‘움직이는 예술품(Mobile Art)’이 맞다. 어디 한 장소에 설치되는 게 아니고, 몸에 걸쳤을 때 빛을 제대로 발한다.”

2021년 선보인 뚜띠 프루띠 네크리스. 까르띠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고객으로부터 이 작품을 대여했다. Mazime Govet©Cartier


-극소수만 즐길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천장을 본 적 있나. 샤갈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누구도 살 수 없는 작품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다. ‘까르띠에 컬렉션’을 가지고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이 주얼리는 그런 의미에서 럭셔리의 역설을 보여 준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전시를 찾아 예술품으로서 즐겼으면 좋겠다.”

-이번 전시는 2019년 도쿄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서울에 왔다. 아시아를 연달아 택한 이유는.
“전시가 말하는 물질적인 것의 무상함, 시간의 영원성은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에서 더 큰 울림과 공감대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더 깊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 외 지역에서도 언젠가 열리길 바란다.”

-서울에 대해 갖는 특별한 이미지가 있나.
“일본에서 12년을 살았고, 일본인과 결혼한 내게 서울은 규슈·후쿠오카가 있는 간사이 지역의 느낌이 있다. 12번쯤 한국을 찾았는데 아주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삶은 온전하게 현재에 집중하는 도시 같다. 마치 새로운 쇼핑몰과 고궁이 가까이 있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식이다. 특별히 젊은 층에겐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과 활력이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예술 분야에서도 한국 청년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돌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 소재를 활용해 꾸민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장 내부. 김경록 기자.


-까르띠에가 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을 운영할 정도로 예술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럭셔리는 문화와 친밀하다. 아티스트가 당대에 뿌리 내리면서 균형감을 갖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까르띠에는 현대 미술이 낯설고 고전 미술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던 40년 전에 처음으로 현대미술재단을 만들었다. 이제는 예술과 과학의 연관성, 혹은 환경과 같은 동시대 문제에 대한 담론 제기가 지속되어야 한다. 예술가는 대중을 향해 그 역할을 한다. 그래서 까르띠에는 예술 후원 정책도 만들었다.”

-까르띠에의 생각이 예술가 창작 활동에 반영되나.
“까르띠에는 예술가 그 자체를 존중한다. 그들이 원치 않는 건 강요하지 않는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할 뿐이다. 마음을 다해 작업하는 예술가들 덕분에 대체로 결과물이 좋고 작품을 대하는 관객도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번 전시 디자인을 위해 협업한 신소재연구소의 스기모토 히로시와 사카키다 토모유키도 그랬다.”

-이번엔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과 협업 했는데.
“단순한 소재를 아름답게 사용할 줄 아는, 다시 말해 소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안팎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소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한 결과물을 만든다.”

한국에 오는 까르띠에 궁금하다면
(https://cartier-crystallizationoftime.co.kr/kr)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GoodsInfo/info?GoodsCode=2400637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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