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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스티커 붙여 공동재물손괴죄 혐의
1심 “표지판 가리지 않아 안내 기능 저해 안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지충현 판사 심리로 열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3명의 재판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에 함박웃음과 환호가 번졌다. 장애인 권리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지하철역에 붙인 행위는 무죄라고, 1심 법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박 대표는 법원을 나오며 “고맙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참 기쁩니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용산 대통령실 근처인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내부에 ‘장애인권리 스티커’를 붙인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 등)로 기소된 박 대표 등 3명의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함께 기소된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에게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판결을 전하기에 앞서 지 판사는 “고민을 좀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재판부는 박 대표 등이 스티커를 붙인 행위 자체는 인정하고 있어 사실관계에선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검찰이 제시한 공동재물손괴죄 적용 논리가 적절한지 주로 따졌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들이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건물 내벽과 바닥을 훼손해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효용을 해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지 판사는 “스티커가 다소 접착력이 강한 재질이긴 해도, 제거하는 데 현저히 곤란하지 않았다. 또 스티커가 부착된 장소는 승강장 실내 지하에 위치한 가장 깊숙한 장소라, 당시 비가 오고 있었다 하더라도 (물에 젖어 미끄러짐을 유발해) 위험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지 판사는 “특히 스티커와 락카 스프레이를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질 동안에만 승객들이 이동하지 못했고, 벽면에 부착된 스티커는 (건물 내벽의) 표지판을 가리지 않는 위치에 부착돼 안내 기능을 저해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지 판사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은 입증이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세 사람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문애린 대표는 법정을 나오자마자 “살다 살다 무죄가 나온 건 처음이네. 기분 좋다”며 크게 웃었다. 박경석 대표는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는데, 고민이 잘 녹아난 판결을 해주셨다. 기대는 했지만 설마 했다. 참 기쁘다”고 했다. 박 대표와 문 대표는 서로를 바라보며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번 판결이 보다 많은 시민에게 장애인 현실을 알리려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집회를 하다가 도로를 점거했다거나, 이 사건처럼 스티커를 붙이면 ‘교통도덕’을 훼손했다는 수준으로 보고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린 사건처럼 취급해 벌금을 물려왔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엔 그동안의 맥락, 우리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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