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강원도 속초시에 사는 A씨(38)는 최근 거주 중인 아파트 인근에 미성년자 간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범죄자 B씨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가 지난 3월부터 포털사이트 내 지역 게시판에 지속해서 글을 올리면서였다. B씨는 글에서 본인이 선고받은 형량에 대해 억울함을 표했다. 피해자 실명을 언급하며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다.

A씨가 ‘성범죄자 알림e’를 확인해보니 B씨는 이미 강제추행 등 관련 성범죄로 2건의 전과가 있는 전자감독대상자였다. 어린 딸의 안전 때문에 불안한 A씨는 진지하게 이사를 고려 중이다.

충북혁신도시에 사는 40대 C씨는 남편 직장 일로 2020년 거주하던 동탄의 아파트에 월세를 주고 이사를 왔다. 아이를 둔 한 가정이 세입자로 들어오기로 했으나 계약 직후 바로 앞 동에 성범죄자가 이사를 오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이 범죄자는 경상북도 칠곡에서 미성년자를 강간한 죄로 징역 7년을 살았다. C씨는 “딸을 키우는 부모 입장으로서 계약을 취소한 마음이 이해가 돼 계약금은 그대로 다 돌려줬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08년부터 성폭력사범의 높은 재범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감독제도를 도입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의 신체에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보호관찰관이 감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자감독대상자의 재범에 대한 시민 두려움은 여전히 크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1만명 중 58.22%가 전년 대비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6.5%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전과자에 대한 관리·감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18.3%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2)이 야간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경기도 안산시 소재 거주지를 무단이탈한 소식이 알려져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경찰은 조씨가 2020년 출소한 뒤 거주지 인근에 경찰 방범 초소를 마련해 감시인력을 뒀고, CCTV 34대를 배치해 거주지 인근을 상시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조씨가 방범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에게 말을 건 뒤에야 조씨의 거주지 무단이탈 행위를 인지했다.

조씨와 B씨는 보호관찰대상자 중에서 전자발찌 등을 착용한 전자감독대상자다. 전자감독대상자의 준수사항 위반 건수는 2017년 1만36건에서 2021년 1만3704건으로 약 36.5% 증가했다. 특히 야간 또는 아동 통학 시간대 등 특정 시간대에 외출을 제한하는 외출 금지 준수 위반은 같은 기간 3217건에서 623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법무부 장관 시절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운영 시설로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 한 전 위원장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국민이 두려워했다”며 입법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헌법상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야당도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보호관찰대상자를 격리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다시 돌아갈 곳은 교도소뿐”이라며 “단기적으로 보고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세금과 품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관찰대상자에 대한 보호관찰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고 해서 그 지역 성범죄 발생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주민의 불안은 당연하므로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신뢰성 있는 감독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인원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그들의 행동 특성을 더 면밀히 살펴보는 질 높은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997 ‘힙한 불교’ 알린 ‘뉴진스님’, 말레이시아 불교계가 공연 막은 까닭은 랭크뉴스 2024.05.10
23996 “비만 문제 심각”…초등 1·2학년 ‘체육 신설’ [친절한 뉴스K] 랭크뉴스 2024.05.10
23995 계속되는 하이브-어도어 간 공방… “업계 관행” vs “불법 알고도 묵인” 랭크뉴스 2024.05.10
23994 민희진 “하이브가 어젯밤 불법 감사” 하이브 “문제 없다” 랭크뉴스 2024.05.10
23993 또 ‘주말 폭우’ 예보…강풍도 주의 랭크뉴스 2024.05.10
23992 대학병원은 중증 진료 집중, 필수의료 보상도 강화한다 랭크뉴스 2024.05.10
23991 트럼프 18세 막내아들, 오는 7월 정치권 데뷔 랭크뉴스 2024.05.10
23990 현대ENG, 무안 힐스테이트 하자 논란에 공식 사과 랭크뉴스 2024.05.10
23989 이견 좁히지 못하는 네이버-소프트뱅크… “라인야후 매각 협상 금액 차 커” 랭크뉴스 2024.05.10
23988 문 열자마자 경찰 총격에 미 흑인 장병 사망 ‘과잉 진압’ 논란 랭크뉴스 2024.05.10
23987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가능?" 묻자 검찰총장 침묵 랭크뉴스 2024.05.10
23986 언론노조 "'언론탄압' 질문 없던 대통령 회견은 한국 언론의 현실" 랭크뉴스 2024.05.10
23985 윤 긍정평가 24%…90년 이후 대통령 취임 2년 무렵 중 최저 [갤럽] 랭크뉴스 2024.05.10
23984 "여기선 못 낳아" 정부 지원에도 분만 취약지 병원 외면 받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10
23983 북한, 우리 정부 소유 ‘금강산 소방서’도 철거…“법적 조치 검토할 것” 랭크뉴스 2024.05.10
23982 ‘공포의 어선’… 선원 살해 뒤 바다에 던진 선장 랭크뉴스 2024.05.10
23981 감형 위한 1억 기습 공탁에…재판부 “피해자 용서 없으면 관용 없다" 랭크뉴스 2024.05.10
23980 의대교수 오늘 전국적 휴진…정부 “의료 현장 복귀 촉구” 랭크뉴스 2024.05.10
23979 정부 “외국의사 당장 투입 계획 없어…철저한 안전장치 갖출 것” 랭크뉴스 2024.05.10
23978 이준석 “공치사로는 협치 안 돼···야당 추천 특별감찰관·감사원장 임명하라” 랭크뉴스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