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뭐 하는 거야!” 배우 박성훈(39)이 인터뷰 도중 돌연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목에 핏대가 섰고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찰나 그가 표정을 풀고 웃었다.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박성훈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맡았던 ‘윤은성’ 캐릭터의 즉석 연기였다. 윤은성은 퀸즈 그룹을 무너뜨리고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범죄를 저지르는 악역이다.

“어제 막방(최종회)을 사무실에서 봤는데 너무 안타까워 제가 그만 울었습니다. 윤은성이 평생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허망하게 떠난다는 생각에요. 시청자께서 한편으로는 ‘짠하다’라는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고 연기했어요.”

<눈물의 여왕>이 tv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24.9%)로 종영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박성훈을 만났다. 악역으로 뇌리에 박혔기 때문인지 마주앉으니 내심 긴장됐다. 박성훈은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전재준’으로 대중에게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겨 전재준이란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눈물의 여왕> 스태프들도 박성훈을 실수로 ‘재준씨’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박성훈은 전재준이란 배역을 행운으로 여긴다.

“박성훈이라는 이름은 너무 흔해서 사람들이 잘 외우지 못하세요. 배우는 자신을 ‘어디 나온 누구’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저는 ‘전재준’ 세 글자로 딱 떠올리게 되잖아요. 한때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였던 (조)정석이 형처럼 연기를 계속 해 나가면 언젠가 이름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더 글로리>와 <눈물의 여왕>에 이어 개봉 예정인 영화 <열대야>에서도 마약 판매책 ‘만수’라는 악역을 맡았다. ‘악역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걱정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재밌는 이야기와 매력 있는 캐릭터를 기준으로 대본을 골라요. 그래도 이제 악역은 피하고 선역 위주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나쁜 성훈이는 당분간 주머니에 넣어두는 걸로요.”

박성훈은 올해 세계적인 기대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배역에도 이름을 올렸다.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덕분에 잡은 기회다. 박성훈은 2021년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 종영하자 단막극 <희수>에 출연했다. 시청률 1%의 작품이었지만 이때 연기를 눈여겨본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2>에 박성훈을 캐스팅했다. “전화위복이죠. 저는 제작진이 어떤 작품을 보시고 다음 작품에 불러주시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낙담하지 않아요.”

박성훈은 성실한 배우다. 온 가족이 반지하방에 살 정도로 가난했지만 배우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영화 <쌍화점>의 단역부터 시작해 영화, 드라마, 연극을 오가면서 쉼 없이 활동해왔다. 다음달부터는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빵야>에 출연한다. “저는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도 ‘나는 안 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무도 몰라줘도 저는 어딘가에서 항상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장면, 한 작품,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던 것 같아요.”

박성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됐다. “늘 40대가 되기를 기다려왔다”는 그는 “나이 먹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는 지쳐도 정서적으로는 포만감이 가득하니까 직업적 만족도는 최상이에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지긋하게 나이가 늘어서도 장르를 넘나들며 현장과 무대를 지키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를 꼭 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467 킴 카다시안도 한 ‘뱀파이어 시술’로 3명 HIV 감염 랭크뉴스 2024.04.30
25466 김계환 소환 통보‥유재은 "통화 내용 기억 안 나" 랭크뉴스 2024.04.30
25465 美 뉴욕 증시, FOMC 앞두고 일제히 상승… 테슬라 15% 급등 랭크뉴스 2024.04.30
25464 전세사기특별법 1년, 다가구는 여전히 사각지대 랭크뉴스 2024.04.30
25463 "김여사 스토킹 수사"‥"약속 잡고 만났는데" 랭크뉴스 2024.04.30
25462 정부 “4조” vs 시민사회 “5천억”…‘선구제 후회수’ 재원규모 논란 랭크뉴스 2024.04.30
25461 국경일 '떼빙'은 옛말... 밤마다 출몰하는 '폭주족'에 매일이 위험천만 랭크뉴스 2024.04.30
25460 韓 방산 빅4, 1분기 매출 18% 증가… 성장세 이어간다 랭크뉴스 2024.04.30
25459 서울대·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 교수들 오늘 ‘휴진’ 랭크뉴스 2024.04.30
25458 韓 방산 ‘빅4′, 1분기 매출 18% 증가… 성장세 이어간다 랭크뉴스 2024.04.30
25457 “LH도 당했는데 개인이 무슨 수로…” 다가구 전세사기는 사각지대 랭크뉴스 2024.04.30
25456 "'개성'보다 '매출'이 중요해"... K팝 시장 시끄러운 이유, 전부 비슷하기 때문이다 랭크뉴스 2024.04.30
25455 軍, 압록강 타격 무기 만든다…한국형 전술지대지Ⅱ ‘2030년’ 실전 배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4.04.30
25454 윤 대통령-이재명 대표 첫 회담서 의료 개혁·연금 개혁엔 ‘공감대’ 랭크뉴스 2024.04.30
25453 ‘제주 맛집’ 앞 헌혈버스 “헌혈하면 즉시 입장에 국수 무료” 랭크뉴스 2024.04.30
25452 교통사고 피해자 자녀 양육비, 무상지급 아닌 대출…헌재 "합헌" 랭크뉴스 2024.04.30
25451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 국제 유가 1% 넘게 급락 랭크뉴스 2024.04.30
25450 [김희원 칼럼] 윤 대통령, 병역의무 청년들에 답하라 랭크뉴스 2024.04.30
25449 상습 차량 보험사기 일삼다…판사까지 고소 랭크뉴스 2024.04.30
25448 尹-이재명 만나자 '추경한다' 유언비어…"국고채 4%갈수도" 랭크뉴스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