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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백령도 살면서 열정적으로 환자 돌봐와
의료계 “지역의사제 도입해 격오지 공백 채워야”
인천의료원 백령병원 전경. 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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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월째 비어 있던 서해 최북단 섬의 산부인과 근무를 자청했던 70대 의사가 4개월 만에 병원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건강 문제로 인한 사직이지만, 공공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격오지 근무 확대를 위해 ‘지역의사제’ 등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료원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오아무개(73) 과장은 3월22일 사직서를 냈다. 그는 30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강 문제로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가족이 계속 만류해 어쩔 수 없었다. (백령병원에 있는 동안)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령병원은 2021년 4월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었다. 인천시는 전문의 연봉을 직전보다 1억원 많은 2억5천만원으로 올렸지만, ‘의사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오 전 과장이 지난해 12월 근무를 자청했고 시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는 이후 가족과 함께 백령도에 살며 열정적으로 환자를 돌봤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 2월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상 통화를 하며 “오 과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인천의료원은 현재 오 전 과장을 대신할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하지만 지원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령도가 속한 옹진군은 2015년 7월 ‘분만취약지 에이(A)등급’으로 지정된 곳이다. ‘분만취약지 에이등급’은 60분 이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을 가리킨다.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에 있는 안내문. 이승욱 기자

백령병원의 인력난은 산부인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병원은 현재 기초진료과목으로 불리는 이른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다. 전문의 채용이 이뤄진 진료과는 마취통증의학과와 정형외과 2곳뿐이다.

이런 의료 인력난은 전국의 지방의료원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단순 병원급으로 분류된 공공의료원 가운데 전남 강진의료원은 정원 15명(지난 2월 말 기준) 가운데 10명만 근무 중이다. 전체 9명 중 7명을 채운 전북 진안군의료원은 전문의 7명 중 4명이 전북대병원에서 파견받은 공공임상교수다.

지방 공공병원들의 인력 부족은 △의료진의 수도권 쏠림 △민간 의료기관보다 열악한 지방의료원의 급여체계 △인기 진료과 위주 개원의 증가에 따른 전문의 부족 등이 원인이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도입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금전적인 보상이든, 교사처럼 격오지 근무를 하면 승진·보상 체계를 만들어주든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국가가 격오지에서 일할 의료진 양성을 위해 군인과 교육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것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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