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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완공을 앞둔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주택)건설장 현지지도에서 새로운 전용차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에서 내리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북한 내 엘리트 특권층의 충성심과 결속을 끌어내기 위한 '선물정치'에 사용하는 통치자금이 연간 2조 5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내각, 군에 각각 포진해 있는 특권층은 6만~6만5000명에 이르는데, 이들 1인당 연간 4000만원 내외를 사치품 등에 쓴 셈이다.

30일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김정은이 선물정치에 쓰는 2조 5000억원에는 특권층이 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의식주 관련 비용부터 자동차, 의료 서비스, 경호·의전, 각종 문화·편의시설 등을 누리는 비용이 포함됐다. 실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관련 영상에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3인방(조용원 당 조직비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이 벤츠 S클래스 차량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담겼다.

선물정치 비용 액수와 특권층 규모 등과 관련, 해당 연구에 참여한 박용한 KIDA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정보와 고위급 탈북자 심층 조사 내용 등을 취합하고, 별도의 분석 모델을 만들어 도출한 수치"라며 "북한 관련 정보의 특성상 구체적인 자료와 모델의 공개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국가정보원도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특권층을 약 6만명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북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해 12월 벤츠 S클래스 차량을 타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김덕훈(위) 내각총리는 8세대 S클래스 리무진, 조용원(가운데) 당 조직비서는 9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 최용해(아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8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에 탑승하여 회의장에 도착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노동신문
특권층은 말 그대로 북한 내에서 온갖 특권을 누리는 성분이 좋은 지배 계층을 뜻한다. 김정은 일가와 직계·방계 혈족은 물론, 노동당 정치국·중앙위원회·전문부서·각급 위원회 핵심간부와 군 장성·정치위원, 국무위원회·내각·보위성의 고위간부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는 분석한다.

북한 내 특권층은 그 안에서도 서열이 갈리는 식으로 중층적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이를 크게 4단계로 등급을 나눠 차등적으로 비용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가장 높은 층위에 있는 핵심 특권층은 김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 항일 빨치산, 고위층 가문 출신 엘리트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연구진은 파악했다. 핵심 특권층의 규모는약 2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특권의 정점에 있는 김정은 일가(100여 명)의 사치품 소비는 연간 8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300억원은 김정은 정권이 사용한 연간 사치품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연간 곡물 부족분인 110만t(약 8580억원 상당)의 96%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지난 7일 김정은의 황해북도 황주군의 광천닭공장 현지지도에 동행했다. 사진은 김주애가 이탈리아 명품브랜드의 키즈 패딩으로 추정되는 후드 자켓을 착용한 모습. 디올 홈페이지, 연합뉴스
일례로 김정은이 소유한 영국 프린세스 요트(Princess Yachts) 사의 95MY 모델 1대만 해도 거래가가 약 93억원에 이른다. 이는 약 13만 4000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내 전체 결핵 환자의 40%인 5만2000명의 진단·치료제(1인 기준 18만원)를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특히 김정은의 딸인 주애는 공개 활동에 나설 때마다 명품 재킷 등으로 치장하는데, 외출 차림 한 세트에 평균 2600만원에 이르는 사치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국방부·KIDA는 지적했다. 옷과 신발, 가방, 액세서리, 휴대전화 등이 주애의 '외출 세트'를 구성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권력의 획득·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지지받아야 하는 핵심계층은 김일성·빨치산·고위층 가문 출신의 엘리트로 구성되어 있다"며 "김정은은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공고화하기 위해 '선물정치'를 통해 이들의 충성과 결속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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