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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을 연기하는 모습. 티브이엔 제공

‘저 원래는 달달한 사람입니다’라고 적힌 짜 먹는 꿀을 내놨다. 영화 ‘열대야’ 촬영차 타이에 다녀오면서 사온 것이다. 2022년 ‘더 글로리’ 전재준에 이어 지난 1월 ‘선산’ 양재석, 지난 28일 막을 내린 ‘눈물의 여왕’ 윤은성까지 최근 악역을 자주 맡으면서 “실제 성격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식당 이모님께 등짝 스매싱도 맞았다”며 살짝 ‘억울’해하지만 기분은 몹시 좋아 보이는 ‘달달한’ 박성훈을 29일 서울 강남구 비에이치(BH)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작품을 할 때 인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악역을 맡으면 시니컬해지는 면은 있지만 절대 메소드 연기는 아닙니다. 아니에요! 하하하.”

‘눈물의 여왕’이 5.9%로 시작해 마지막회 24.8%로 티브이엔(tvN) 역대 최고 시청률(회차 기준)을 경신한 데는 밉지만 밉지 않게 악역을 소화한 박성훈의 지분도 상당하다. 전재준이 뼛속부터 ‘쓰레기’로 신선함을 줬다면, 윤은성은 결핍이 악행의 계기인 흔한 설정이어서 존재감이 약할 수도 있었다. 박성훈은 윤은성의 감정을 “뒤틀린 사랑의 표현”으로 해석하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엄마한테 버림받고 좋아하는 해인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서 줄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들이 은성이 사망할 때는 안쓰럽다고 느끼길 바랐어요.”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을 연기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외모는 물론 ‘어투’ 등에 차이를 두어 기존 악역의 기시감을 없앴다. “재준은 화를 낼 때 말의 강세를 뒤에 두고 샤우팅하듯 내뱉었다면, 은상은 앞에 두고 감정을 누르면서 얘기하면서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눈앞에서 시범을 보이는데 한국방송 성우 공채시험 최종 면접자답게 발음이 명확해 대사톤의 변화만으로 뚜렷하게 구분이 됐다. 크고 또렷한 동공이 강인한 느낌을 더한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윤은성과 그의 엄마 모슬희(이미숙)의 악행이 가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성훈은 “그런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며 “저 역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보면서 그런 면이 아쉬웠었기에 충분히 공감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을 하면서 티브이(TV) 매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했다. “ ‘더 글로리’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때보다 더 많이 알아보더라 ”고 했다 . 그러고 보면 김은숙에 박지은까지 시청률 보증 수표 작가들이 모두 그를 ‘나쁜 남자’로 택했다. 찾는 곳도 많아지고 하는 일도 잘돼서 갑자기 나온 스타 같지만 2008년 영화 ‘쌍화점’을 시작으로 어느덧 데뷔 16년째다. 단역부터 시작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활발하게 오가며 배역의 비중을 늘려왔다. 그는 “사람들이 몰라줘도 늘 어디선가 계속 연기를 하며 조금씩 성장해오고 있었다”고 했다.

꾸준한 노력에는 보상이 따랐다. 2016년 ‘질투의 화신’으로 2017년 ‘매드독’에 캐스팅되는 등 작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반기에 나올 ‘오징어 게임 시즌2’도 2021년 ‘조선구마사’ 2회 조기 종영이 기회가 됐다. “드라마가 갑자기 끝나면서 계획에 없던 단막극에 출연했는데 그 팀에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님이 계셨어요. 단막극 때 모습을 보고 ‘오징어 게임2’에 캐스팅하셨더라고요.”

그는 최근 2년간 작품 7~8편에 출연하는 등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래서 쉬는 법을 잘 몰라요. 유튜브에서 불멍 영상 틀어놓는 정도?” 상반기 기대작 ‘눈물의 여왕’을 끝내고 하반기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6월 ‘빵야’로 연극 무대에도 선다. 7년 만이다. 그는 “초심을 찾고 싶은 의미가 컸다”고 했다. 1985년생. 마흔을 앞둔 그는 내년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으로 보고 있다. “늘 40대가 되기를 기다렸어요. 20~30대 초중반만 해도 저 자신이 애송이 같다 생각했는데 마흔이 되면 그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현장을 지키는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성훈은 ‘더 글로리’부터 ‘선산’ ‘눈물의 여왕’까지 다양한 악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차기작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장은 “로맨틱 코미디가 하고 싶어서 차기작을 잘 고르는 게 숙제”다. “내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영화관에 걸리는 꿈”이 이뤄질 순간도 다가왔다. 조만간 영화 ‘열대야’가 개봉한다. “포스터 촬영은 했지만, 모르죠. 하하하.” 안 되더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할 거라며 해맑게 웃었다. 윤은성은 온데간데 없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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