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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 들어갈 공간 없어 직접 걸어 차량 탑승
“열악한 현실 드러나…선수 안전 관리 미흡”
대한축구협회 “안전 규정 보완 논의 중”
지난 27일 경기 중 부상을 입은 강릉시민축구단 소속 박선주 선수가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오른쪽은 박선주가 병원 이송을 위해 승합차에 탑승하는 장면. 박선주의 아내 제공, 유튜브 캡처

강릉시민축구단(K3리그) 주장 박선주가 경기 중 큰 부상을 입고도 구급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선주의 아내는 “하부리그(K3 이하 리그)의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선수 보호와 국내 축구 발전을 위해 안전 관련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릉시민축구단은 지난 27일 오후 3시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K3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목포FC와 접전 끝에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박선주는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35분쯤 헤딩 경합 과정에서 이마가 6㎝ 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박선주. 유튜브 캡처


중계 화면에는 고통스러워하는 박선주의 모습과 동료들이 ‘들것조’를 향해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들것조 요원 4명이 곧 등장했지만, 이를 유튜브로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중학생 정도 된 듯한 요원들의 앳된 모습에 당황스러워했다. “설마 아이들이 들까” “왜 아이들이 들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들것을 들고 뛰어가는 들것조 요원들. 유튜브 캡처

들것 위에 누워있는 박선주의 모습. 유튜브 캡처


팬들은 박선주를 병원으로 이송한 차량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구급차가 아닌 검은색 승합차가 박선주를 태우러 온 것이다. 이마저도 들것이 들어갈 트렁크 공간이 여의찮아 박선주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서 차량에 탑승했다. 댓글창에는 “응급처치가 왜 이러냐” “선수들 보호 좀 제대로 해달라” 등 팬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하부리그 현실 …안전 규정 개선돼야”

박선주의 아내 이승룡씨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다른 선수들, 그리고 국내 축구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K3 이하 리그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선주가 이송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구급차 한 대가 현장에 있었지만, 남편은 승합차로 이송됐다”며 “심지어 그 승합차는 부상 당한 선수를 이송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K3·4리그 운영 규정에 따르면 홈팀은 경기장 내에 자동제세동기 및 산소호흡기가 준비된 응급 구조차량 1대와 예비 차량(사무국 차량)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구급차를 2대 이상 배치하는 것은 “적극 권장한다”고 안내돼 있다.

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K1·2리그)에서는 최소 2대 이상의 구급차 배치가 원칙이다. 연맹도 당초 ‘응급 구조차량을 배치해야 한다’고만 명시했으나, 2021년부터 ‘2대 이상’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연맹 관계자는 “매년 미비했던 내용을 보완하고 있으며, 구급차 관련 규정도 그 과정에서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승합차의 뒤쪽 공간을 정리 중인 관계자들. 유튜브 캡처


이씨는 “구급차를 여러 대 배치할 여력이 안 된다면 예비 차량이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며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는 환자가 트렁크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걸어서 차에 탑승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속상해 했다. 이어 “차량에는 의료인력도 동승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뒤늦게 출발한 내가 해당 차량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했다. 구급차라면 그렇게 늦어졌겠느냐”고 덧붙였다.

들것조 요원들에 대해서도 “어린 학생들이라 들것을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좀 더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들것에서 내려 걸어서 차량에 탑승하는 박선주의 모습. 유튜브 캡처


이씨는 박선주가 부상을 당한 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남편의 선수 생활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K리그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걸 지켜봐왔기에 더는 묵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선주 역시 “늘 있어온 일”이라며 이씨를 달래면서도 씁쓸해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가 공개한 박 선수의 병원 이송 후 모습. 이씨 제공


박선주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한 상태다. 애초 경기장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는 의료진 안내에 따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씨는 이때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병원에 구급차가 부족한 상황이라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했는데, 마침 경기장에 있던 응급 구조차량이 생각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규정상 구급차가 장내를 이탈할 경우 경기가 중단되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결국 장시간 기다린 끝에 사설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에 갔다”며 “부상을 당한 지 2시간 만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규정… 협회 “보완 논의”

목포FC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부상 발생 직후 의무 트레이너를 바로 들여보냈다”며 “구급차 이송 여부는 홈팀이 관여하는 게 아닌 심판과 경기 감독관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예비 차량이, 위급한 상황일 경우 구급차로 이송되며 그 판단의 주체가 대한축구협회 소속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이라는 것이다. 들것조 요원에 대해서는 “팀 소속의 15세 유소년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그렇다면 협회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며 “구급차가 한 대뿐인데 그 한 대를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이는 실효성 없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위급 상황 여부를 전문 의료 인력이 아닌 심판과 경기 감독관이 판단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기준이 있는 거냐”라고 꼬집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예비 차량과 관련해 세부적인 규정이 없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씨가 지적한 의료인력 동행 등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두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예비 차량은 단순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이 아닐 때 병원 이송을 목적으로 준비된 차량이라서 세세한 규정까지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부상의 정도를 판단하는 심판과 경기 감독관은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 기본적인 의료 교육을 받고 있다”며 “경기 중단 여부도 실질적으로는 의무 트레이너, 팀 닥터 등의 현장의 의견을 참고해 결정한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규정 보완을 논의하고 있다. 협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각 구단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며 “구단들과 상의 및 검토를 거쳐 보완할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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