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골든위크 맞아 '고모치사마' 비난 글 확산
저출생 심한데 "결혼·출산 위축될 수도"
한 여성이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모차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꽉 차 타기 힘드네. '고모치사마(애 있는 분)'는 좋겠네."

골든위크(황금연휴·4월 29일~5월 6일)가 한창인 일본에서 '고모치사마', '고쓰레사마'라는 표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고모치사마와 고쓰레사마는 각각 '아이를 가진 분', '아이를
동반한 분'이란 뜻의 신조어로, 육아 가정 때문에 괜한 피해를 본다며 아이와 부모를 비꼬는
표현
이다. 일각에서는 육아에 대한 혐오 정서를 담은 이 같은 표현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30일 일본 각지의 번화가나 쇼핑몰 등은 골든위크를 즐기러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엑스(X) 등에 야유하는 글을 올렸다. 만석인 대중교통과 엘리베이터에 유모차를 무리하게 밀어 넣는다거나, 쇼핑몰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울고 식당에서 종업원의 안내를 잘 따르지 않는다며 부모를 비난하는 내용들이다. 한 X 사용자는 "아이가 민폐를 끼치니 '고모치사마'라고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국에선 이걸 '맘충'이라고 한다"고 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 아이를 기르는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본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신조어 '고모치사마(애 있는 분)'에 대해 "아이가 민폐를 끼치니 그렇게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고 주장한 X 게시물. "일본에선 부드럽게 '애 있는 분'이라 하지만 한국에선 '맘충'이라 부른다"고 덧붙였다. X 캡처


육아 가정 응원하는 기업이 불매운동 타깃



휴일만이 아니다. 평소엔
육아 때문에 갑자기 휴가를 쓰거나 일찍 퇴근하는 '고모치사마' 때문에 피해를 본다
는 글로 종종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지난해 11월엔 X에 '고모치사마가 아이가 열이 높아 갑자기 연차를 쓰는 바람에 모든 부서 사람이 평소보다 1.3배 많은 일을 해야 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조회수가 3,000만 회를 넘었다.

육아 가정을 응원하는 민간 기업이 불매운동을 당하는 일마저 발생
하고 있다. 일본의 한 스프 전문점은 지난해 4월 전국 모든 지점에서 이유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X에는 '(행사) 제안자가 고모치사마인가. 더는 가게에 가지 않겠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기혼·미혼, 아이 유무로 여성들 사이 생긴 '벽'

일본 도쿄 시민들이 지난해 11월 15일 신주쿠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들 사이에 '벽'이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저널리스트 안도 유코의 말을 인용해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기혼과 미혼, 아이 유무 등으로 구분하는 '분단 현상'
이 심해지고 있다
"고 짚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차원이 다른 저출생 정책'을 표방하며 육아수당을 대폭 인상하고 이를 위해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비를 조금씩 더 걷겠다고 한 것도 '고모치사마 우대'에 대한 불만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저출생 증세'를 부담시킨다는 반발이다.

전문가들은
육아 가정에 대한 혐오 정서 탓에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
한다. 일본의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역대 최저인 1.26명으로 7년 연속 감소했다. 사토 가즈마 다쿠쇼쿠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고모치사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혼과 육아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681 "저기요" 출근하는 여성 뒤따라온 男…CCTV 찍힌 공포의 순간 랭크뉴스 2024.05.28
13680 정찬우·길 ‘김호중 사건’ 참고인 조사…경찰 “방조 혐의 없어” 랭크뉴스 2024.05.28
13679 “아빠 자동 육아휴직·난임 휴가 42일”…“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랭크뉴스 2024.05.28
13678 이탈표는 어디서 나왔을까? 여야 모두 "우리 아니다" 랭크뉴스 2024.05.28
13677 채 상병 특검법 끝내 부결시킨 ‘방탄 여당’ 랭크뉴스 2024.05.28
13676 “김호중 때문에…” 정찬우 283억, 카카오 75억, SBS 36억 손해 랭크뉴스 2024.05.28
13675 '채상병 특검법' 결국 폐기‥대통령 거부권 문턱 못 넘었다 랭크뉴스 2024.05.28
13674 다시 공수처의 시간‥수사는 어디로? 랭크뉴스 2024.05.28
13673 군, 경찰에 ‘얼차려’ 혐의자 2명 이첩…증상에 따른 사인 분석 중 랭크뉴스 2024.05.28
13672 박봉에 숨막히는 문화까지… 공무원들 민간 이동 러시 랭크뉴스 2024.05.28
13671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진통…'노노 갈등'으로 비화하나(종합) 랭크뉴스 2024.05.28
13670 [단독] 02-880 대통령실 전화 확인‥168초 통화 랭크뉴스 2024.05.28
13669 [단독] 윤 대통령, 8월 2일 이첩 직후 이종섭에게 연달아 3차례 전화 랭크뉴스 2024.05.28
13668 인천 송도 길거리 패싸움 중 흉기로 찔러···남녀 4명 검거 랭크뉴스 2024.05.28
13667 22대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 민주당, 소득대체율 44% 재검토 불가피 랭크뉴스 2024.05.28
13666 구태정치로 끝난 21대 마지막 본회의…고성·삿대질에 반쪽파행(종합) 랭크뉴스 2024.05.28
13665 여당 이탈표 예상했더니…되레 야권서 최소 6명 이탈했다 랭크뉴스 2024.05.28
13664 巨野 재표결 강행에도 결국 불발…또 '尹 거부권' 유도 입법폭주 랭크뉴스 2024.05.28
13663 위성 공중 폭발에 무너진 '김정은과 푸틴'..."재발사? 당분간 어려울 듯" 랭크뉴스 2024.05.28
13662 윤 대통령, 이첩 당일 이종섭에 3차례 전화‥이후 박정훈 보직해임 랭크뉴스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