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국토부 DB 체계 개편 중 오류
민간 "오류 일어날 수 있지만"
"전셋값 상승에 영향 줬을 수도"
"미분양 통계부터 제대로 내놔야"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속에 지난달 전국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한달 새 5%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1년 치 주택 공급량 통계를 정정하는 전례 없는 사고에 정부는 “정책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작 건설 관련 연구원 등 민간에서는 ‘운이 좋았다’는 반응이다. 만약 수정치가 주택 공급 위축을 보여주는 결과였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12월 집계된 월별 주택 공급량이 실제보다 19만3,000호 적었다고 30일 밝혔다. 준공(43만6,000호)은 12만 호, 인허가(42만9,000호)는 4만 호, 착공(24만2,000호)은 3만3,000호 적게 발표됐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자료망·DB) 체계를 재편하다가 정비사업 관련 프로그램 코드가 누락되는 등 기계적 오류가 발생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발표되는 연간 주택 공급량 통계가 통째로 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정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더니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 ‘집값 띄우려고 통계를 조작했다’ ‘총선 끝나니 터뜨렸다’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대규모 오류가 일어나 주택 통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오류 정정으로) 공급 물량이 오히려 늘었으니 시장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공급 물량이 줄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도 정부가 생산한 주택 통계를 이용했다며 “매달 발표돼 신뢰성이 완벽해야 하는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준공 물량 오류가 전셋값 상승세를 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준공 물량 부족을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연구원은 "전셋값이 상승한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준공 물량이 적게 집계된 것도 전셋값 상승세의 일부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에 DB 개편을 위탁했고 한국부동산원은 민간 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국토부 자체 인력이 저지른 오류였다면 스스로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외부에 위탁하지 않은 일에서 문제가 불거져도 투명하게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통계가 잘못됐을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 셈법과 달리 소규모 비아파트 미분양 주택을 합산하면 미분양 주택 물량이 8만 호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밝힌 지난달 미분양 주택은 6만4,964호다. 권 교수는 "이번 오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주택 통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경기 침체가 분명한 사실인 만큼, 주택 공급이 늘도록 규제 완화 등 정책을 펼친 것은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오류를 감안해도 지난해 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허가가 전년보다 25%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오류를 정정해도 18% 감소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과소 집계가 저희에게 도움 될 것이 없다”며 “(오류는) 정책 방향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연관기사
• '엉터리 정부 주택 통계'... 작년 공급량 20만 호 적게 발표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3011070000857)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6497 4월 소비자물가 2.9% 상승…사과 80%·배 103% 폭등 랭크뉴스 2024.05.03
16496 ‘고무탄’ 동원 UCLA도 강제 해산…바이든 “질서 지켜야” 랭크뉴스 2024.05.03
16495 “수업참여 땐 공개사과에 ‘족보’ 접근금지”…한양대 의대생 ‘집단행동 강요’ 확인 랭크뉴스 2024.05.03
16494 '반윤' 언론사 4곳에만 뿌렸다…'檢총장 부인계좌' 조작 미스터리 랭크뉴스 2024.05.03
16493 입주민車 빼주다 12대 '쾅쾅'…경비원·차주, 벤츠 상대 3억 소송 랭크뉴스 2024.05.03
16492 4층서 떨어져 2층에 매달린 아기…주민들이 극적 구조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5.03
16491 '주4일 근무'에 정년 후 재고용도…다자녀 혜택 늘리는 지자체 랭크뉴스 2024.05.03
16490 로이터 “이라크 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스라엘 텔아비브 향해 미사일 공격” 랭크뉴스 2024.05.03
16489 "한식, 어쩌다 뜬 것...지금이 골든타임"...'요친자' 3명의 한식 세계화 조언 랭크뉴스 2024.05.03
16488 대통령실 “입법 폭주에 엄중 대응”…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대치 이어질 듯 랭크뉴스 2024.05.03
16487 법원서 멈춘 '의대 증원'‥쟁점은 '공공 이익' 랭크뉴스 2024.05.03
16486 케이크가 11만원?…어버이날 케이크, 올해도 올랐다 랭크뉴스 2024.05.03
16485 이라크 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스라엘 수도에 미사일 공격 랭크뉴스 2024.05.03
16484 미 “러, 북에 대규모 정제유 운송…제재 부과할 것” 랭크뉴스 2024.05.03
16483 "앞 안보일 정도로 맞아"…김동아 당선인, 학폭논란에 생기부 공개 랭크뉴스 2024.05.03
16482 중국 고속도로 붕괴사고 사망 48명으로 늘어…“안전 시설 미비” 랭크뉴스 2024.05.03
16481 도로 가득 뒤덮은 하얀 종이‥무슨 일이? 랭크뉴스 2024.05.03
16480 신용 1등급도 주담대 4%대… 대출금리 다시 ‘꿈틀’ 랭크뉴스 2024.05.03
16479 파월 발언 ‘비둘기’로 해석한 美 증시… 나스닥 1.51% 급등 랭크뉴스 2024.05.03
16478 [속보] 이라크 이슬람조직, 이스라엘 수도에 미사일 공격 랭크뉴스 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