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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윤·이 회담


여야 원로들 “대통령 마음대로 하려 하면 안 돼”…정치 복원 주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29일 회담은 두 정치 지도자의 협치 의지와 정치력을 시험하는 장이었다. 국정운영 책임자이자 4·10 총선 이후 거센 국정쇄신 요구에 직면한 윤 대통령에게 시험대 의미가 더 컸다.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정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합·협치·소통에 기반한 ‘대통령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신호를 발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치권 원로들은 일단 협치 첫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뜻대로 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그간의 국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 다음날인 30일 대통령실과 여야 정치권에선 향후 정국에 대한 기대감보다 파열음이 두드러졌다. 후일을 기약한 것 외에 구체적 현안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공통된 평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이독경, 마이웨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양측이 협치 필요성을 공유하고 만남을 이어간다는 원칙을 확인한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인 5월10일 전후로 기자회견을 열어 소통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 없는 회담이 된 데는 윤 대통령의 변함없는 국정운영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회담 조율 단계부터 대통령실은 미리 의제를 정하거나 사안별 의견을 공유하지 않는 ‘무제한 즉석 논의’를 주장했다. 야당 입장을 충분히 들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135분 차담으로 단박에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이 대표가 던진 10여개 의제에는 여야가 대립한 문제들이 대거 포함됐다. 유의미한 의견 접근이 있으려면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유연한 입장을 보인 부분은 두 가지 정도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독소조항’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은 정부의 부정적 입장에서 ‘선별 지원’을 전제로 틈을 열었다. 민주당은 이들 사안을 ‘거부’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당이 제외된 차담에서 사안별로 구체적 결론을 내는 건 오히려 국회 존중에서 멀어지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이 많은데 그걸 ‘용산’이 풀어라 받아라 하면 국회 패싱, 여당 패싱이 된다”면서 “대통령이 여당에 ‘오더’를 주는 식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여당 제외 회담’에서 논의 가능한 수준과 사전 의제 조율에 선을 그으면서 미리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여권 의견을 정리하는 작업 등도 본격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일단 2년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비정상적’ 상황이 해소됐다는 데 안도하며 첫발의 의미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변화 필요성을 주문하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의 정치복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축복해 주고 싶다”면서 “이 기회를 놓치면 한쪽이 승리하는 게 아니라 공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야당 탓, 국회 탓, 전 정권 탓으로 2년을 허송세월했는데 국회 협조를 얻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총선) 승리자로서 몰아붙이고 싶을지 모르지만 유혹이고 저주가 될 수 있다”며 “이제 시작을 했으니 지금부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 출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구체적인 정책 대안까지 하면 국회의원과 장관들은 왜 필요하겠나”라면서도 “(국정운영 기조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총선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아쉬움이 있으니 그걸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다들 노력해서 ‘힘의 논리’를 덜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대통령이 좀 더 유연성을 갖고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돼야 한다는 바람은 있다”면서 “향후 정국의 키(Key·열쇠)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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