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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3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복지부 시범사업 규탄···대책마련 촉구
전국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국립대병원 경영위기 책임전가 규탄, 불법의료행위 근절, 올바른 공공의료정책 추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병원 경영진들이) 병동 통폐합 등으로 생긴 인력을 PA로 발령내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별안간 PA 발령을 받은 간호사들은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유선미 보건의료노조 충남대병원지부 정책부장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의 불법 의료행위가 시범사업으로 지정만 하면 합법으로 탈바꿈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언성을 높였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대책의 하나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의사 업무의 일부를 간호사에게 위임한 것을 두고 의료현장에서의 반발이 거세다.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시범사업이란 명목 아래 간호사들을 불법의료행위로 내몰고 있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래된 경영악화를 병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숙련된 PA(진료보조) 간호사 뿐 아니라, 부서별 업무량 편차가 생기면서 잉여 인력이 되어버린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까지 확장하는 식의 불법 의료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지난 2월 27일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전담 간호사들이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담간호사로 명칭이 바뀌었을 뿐, 사실상 의료현장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활용돼 온 PA 간호사를 임시 허용한 셈이다.

PA 간호사는 통상적으로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현재 전국 병원에서 1만 명 가량의 PA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의료법상 제도화된 직역이 아닌 탓에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정리, 수술 관련 처방을 확인하고 누락사항을 알려주는 등 의사 지시에 따른 보조 역할 정도를 관행적으로 하고 있었던 실정이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으로 병원 내 일손이 부족해지자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해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한시적이라고는 하나 이날부터 전문·전담간호사는 진단서와 수술동의서 초안(의사가 승인)을 쓰고, 검사·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라면 중환자의 기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뇌척수액 채취 등의 행위도 가능하다. 대리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사망 진단 등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간호사에게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제외하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의료 행위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다만 의료기관장이 간호사 업무 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부장과 업무 범위를 협의하고 관리·감독 미비로 의료사고가 일어날 경우 기관장이 최종 법적 책임을 진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 의료현장에서는 업무를 위임하는 의사와 위임받는 간호사 모두 법의 보호를 보장 받지 못한 채 처벌 위험에 노출됐다는 불만이 높다. 시범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의료법을 보완하는 절차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경영난을 병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은 2019년까지 49명의 PA 간호사가 있었으나 이듬해 충남대병원 세종 분원 개원을 계기로 PA 간호사를 대거 늘리면서 2023년 178명까지 증가했다. 노조는 의대 증원 추진 관련 의료 사태를 겪으며 PA 간호사가 92명 더 늘었다고 꼬집었다. 비단 충남대병원만의 사정은 아니다. 조중래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은 “현장에 만연한 대리 처방, 업무 전가 등 불법 의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임단협에서 준법의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현장은 불법 의료 행위에 노출되어 있다”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업무들은 사업 종료와 함께 종료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 수를 늘려 간호사에 넘어온 의사 업무를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환자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의사 업무를 떠안게 된 간호사들은 충분한 훈련 없이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혹시나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와 같은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환자를 방치하는 국립대병원 의료진들은 물론, 진료공백 사태에 따른 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병원 경영진의 행태를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며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비상상황이라는 이유로 의사 업무를 전담간호사에게 무방비로 떠넘겨 불법의료행위로 내몰고,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사태가 국립대병원에서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에 걸맞게 국립대병원의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전체 의사 수 중 30~40%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전공의 비중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비상경영 선언 이후 연차사용 권장, 무급휴가 강요, 인력충원 중지 등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의사 집단행동으로 초래된 경영악화를 병원노동자에게 전가시키지 말고 적자 보전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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