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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갈등으로 본 K팝 산업 문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폭발해버린 초유의 사태가 케이(K)팝 산업 전체의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바탕이 된 멀티 레이블 체제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온갖 편법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요즘 국내 대형 기획사들 상당수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케이오지(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등 국내외 11개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에스엠 3.0’이라는 기치 아래 5개의 프로덕션으로 나누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앞서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는 프로덕션을 4개 본부로 나눠 가장 먼저 멀티 레이블 체제로 변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1인 프로듀서 체제를 벗어나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만 제이와이피와 에스엠은 각 프로덕션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지 않고 사내 조직으로 뒀다는 점이 하이브와 다르다.

하이브 멀티 레이블의 특징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일궜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동시다발적 구조로 바꿈으로써 몸집을 불리고 안정화를 꾀했다. 그 결과 매출과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이번에 어도어와의 문제가 터지면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의구심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멀티 레이블 체제 자체보다는 이를 잘못 운영한 문제로 보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멀티 레이블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걸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부족해서 벌어진 것이다. 플레디스의 세븐틴은 하이브에 들어가서 훨씬 더 잘됐다”고 말했다. 모회사와 레이블의 관계 설정이 모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터업계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사회를 장악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창작과 비즈니스 영역을 명확히 나누지 못해 빚어진 사태”라고 짚었다.

하이브-어도어 분쟁 일지

멀티 레이블은 유니버설·워너·소니뮤직 등 글로벌 음반사에서 온 개념이다. 이들 음반사 아래에는 다양한 장르와 색깔의 레이블이 존재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지만 케이팝 멀티 레이블은 색깔이 상당 부분 겹친다. 임희윤 평론가는 “케이팝 시장은 비슷한 장르로 비슷한 소비층을 상대한다. 멀티 레이블이라 해도 다양성 없이 같은 판에서 경쟁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한 회사 안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평론가는 “케이팝 안에서도 각 레이블의 취향과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모회사가 방향을 제시하고 조율해나가는 방안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민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랜덤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 케이팝의 고질적인 병폐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랜덤 포토카드란 음반마다 아이돌 그룹의 각기 다른 멤버 포토카드를 넣어 팬들이 더 많이 사도록 하는 수법이다. 그러다 보니 음반을 잔뜩 사서 포토카드만 빼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도 벌어진다. 밀어내기란 유통·판매사가 신작 앨범의 초동(첫 일주일간 판매량) 물량을 대량 구매하면 기획사가 팬사인회 등으로 판매를 지원해주는 식으로 초동 판매량을 높이는 걸 말한다.

김 평론가는 “케이팝 산업의 성장에는 열성적인 슈퍼팬덤의 힘이 절대적이었는데, 여기에는 랜덤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팬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등 부작용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당장 없애기는 쉽지 않겠지만 차차 체질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곱씹음으로써 케이팝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문화연대는 오는 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획관에서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연다. 문화연대는 “두 진영 간의 갈등으로 케이팝 제작 시스템과 문화산업 환경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으며, 소속 뮤지션의 활동을 위축하고 팬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대안 마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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