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교수들 휴진 첫날
‘내 진료도 취소될까’ 피마르는 환자들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주 1회 휴진'과 의료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일부 대형병원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멈춘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직장암을 앓는 60대 A씨는 오전 첫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경기도 남양주에서 달려왔다고 했다. 암 판정을 받은 지 꽤 됐지만 전공의 사직 여파로 치료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A씨는 전날부터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취소될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했다.

A씨는 전날 암환자였던 지인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지인 역시 A씨처럼 병원으로부터 집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를 받은 뒤 사망했다. A씨는 “앞으로 5주 동안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혹시나 교수들이 휴진을 반복하면서 치료가 취소되면 나도 죽을 수 있겠구나 싶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을 시작으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 들어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휴진에 동참한 교수는 많지 않아 큰 혼란은 피했지만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하나같이 “피가 마른다”고 토로했다.

오전 7시 세브란스 암병원 채혈실 앞에서 만난 50대 B씨는 지팡이를 쥔 아버지 손을 잡고 있었다. B씨는 “교수들이 휴진한다고 하던데 얼른 원무과에 가서 우리 예약이 취소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30일 '주 1회 휴진'과 의료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 병원 로비에선 수술과 외래진료를 미룬 교수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피켓엔 ‘전공의와 학생 없는 한국 의료는 미래도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교수는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지금 진료와 수술만큼 중요한 것이 휴진과 시위다. 이러한 상황을 환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이라고 했다. 진료를 받고 나오던 유모(81)씨는 피켓시위 중인 교수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오늘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다행히 진료받아서 의료 현장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며 “의사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한 분노와 환자들의 상황에 대한 슬픔 두 가지 감정이 겹쳤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암센터에서 만난 지모(49)씨도 “큰 병원이라 환자들을 방치하진 않겠구나 싶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파업으로 의사들이 줄어들면 환자들은 삶의 희망이 줄어든다”고 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지씨는 팔다리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오그라들며 마비 증세가 온다고 했다. 그는 “약을 하루 이틀만 안 먹어도 위험한데 자꾸 진료가 연기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방암 치료를 받는 임금자(64)씨는 아침에 일어나 병원으로 오는 길에 내내 속으로 주기도문을 100번 외웠다고 했다. 그는 “조금 덜 아픈 사람은 정부가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같이 너무 아픈 중증환자는 하루하루가 급하다”며 “의사들만큼이나 계속 버티는 정부도 애석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7340 ‘눈물의 여왕’과 ‘우리들의 블루스’ 차이는?···미디어 속 ‘고아’의 공식 랭크뉴스 2024.05.05
17339 의대 교수들 “증원 확정하면 일주일 휴진”…‘전원 특혜’ 논란 랭크뉴스 2024.05.05
17338 "이장이 뭐라고"… 자신 퇴출시킨 주민들에 쇠구슬 쏜 전 이장 랭크뉴스 2024.05.05
17337 LCC 확대에 지방공항 국제선 여객 수 81%↑… 청주공항 13배 급증 랭크뉴스 2024.05.05
17336 "직장인 3명 중 1명,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20점 이하" 랭크뉴스 2024.05.05
17335 금연구역서 흡연 금지 법, 헌재 판단은 "합헌" 랭크뉴스 2024.05.05
17334 구름에 씨를 뿌려 비를 만든다? 산불 예방하는 인공강우 랭크뉴스 2024.05.05
17333 "尹 수사해 진상 밝혀야"‥'나홀로 찬성' 김웅 尹 직격 랭크뉴스 2024.05.05
17332 ‘그림자 전쟁’의 종말…중동이 요동친다 랭크뉴스 2024.05.05
17331 인권위원장 “아동 행복지수 OECD 꼴찌…학생인권조례 폐지 의결 유감” 랭크뉴스 2024.05.05
17330 헌재 "사람 붐비는 실외공간 금연구역 지정, 합헌" 랭크뉴스 2024.05.05
17329 與 원내대표 다자 경선…이종배·송석준·추경호 '3파전' 관측(종합) 랭크뉴스 2024.05.05
17328 ‘좌충우돌’ 의협 회장, 홍준표와 충돌… 洪 “시정잡배” 랭크뉴스 2024.05.05
17327 ‘1%대 금리’ 신생아 특례대출, 석 달 만에 5조원 돌파 랭크뉴스 2024.05.05
17326 조정훈 “경기북도 분도보다 서울편입이 옳아…끝장토론해봤으면” 랭크뉴스 2024.05.05
17325 치솟던 독일 극우정당 인기 ‘중국 스파이 스캔들’에 급제동 랭크뉴스 2024.05.05
17324 아들 앞에서 갓난쟁이 딸 암매장한 엄마 감형‥"우발적 범행" 랭크뉴스 2024.05.05
17323 인권위원장, 어린이날 맞아 “학생인권조례 폐지 의결 유감” 랭크뉴스 2024.05.05
17322 "비 와도 신나요" 어린이날 맞아 놀이공원 '북적북적' 랭크뉴스 2024.05.05
17321 '의정부 하수관 알몸 시신' 사건 전말…응급실 검사 중 실종 랭크뉴스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