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30일 세브란스병원 안석균 교수 진료실 앞에 '오늘 외래는 휴진'이라고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수현 기자
“○○○ 교수의 오늘 외래는 휴진입니다. 직접 문자로 연락드렸고 예약을 변경했습니다. 불가피하게 온 분은 강사 선생님이 대신 진료합니다.”

30일 오후 1시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이런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가정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 병원 진료실 곳곳에 붙었다. 이날 휴진에 나선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 등 동료 10명과 ‘환자의 안전 진료와 교수의 진료역량 유지를 위해 오늘 하루 휴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병원 앞에 섰다.

안 위원장은 “2000년부터 교수로 있었는데 주 1회 휴진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난주 화요일(23일)과 비교했을 때 이날 수술 건수는 4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공식 휴진은 아니고 교수들이 알아서 진료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 진료·수술 축소 건수는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30일 세브란스병원에 '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모두 한마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수현 기자



서울대·세브란스 휴진 첫날…병원 상황은
30일 서울대병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상혁 기자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 교수들이 이날 예고대로 ‘주 1회 휴진’에 돌입했지만, 우려됐던 진료 대란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 내과 계열 한 교수는 “휴진 결정은 교수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이고 진료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아 휴진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의 한 교수도 “응급실·중환자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환자가 크게 체감할 진료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열려야 할 외래 세션(오전·오후 진료)이 262개인데, 90개 세션이 이날 휴진해 휴진율은 34%”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 측은 “일괄적인 휴진이 아니기 때문에 혼란은 없다”고 했고, 용인세브란스 측은 “교수 186명 중 3명이 휴진해 휴진율(1.6%)이 극히 낮다. 그마저도 사전에 진료 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구로병원 관계자는 각각 “휴진한 교수는 1명도 없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의사 38명이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3000건에 가까운 검사·수술·진료가 변경·취소됐다”며 교수들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내걸기도 했다. 460명에 이르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중 8.26%가 휴진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휴진 규모를 집계하고 있진 않다”라면서도 “휴진한 교수님의 환자들에겐 사전 안내가 있어 큰 불편은 없었다”고 말했다.

30일 피켓 시위 중인 세브란스병원 교수들. 남수현 기자
휴진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수(41)씨는 5세 딸이 지난해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뒤 추적관찰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다고 한다. 김씨는 “이미 몇몇 아이 친구들도 진료가 연기됐다. 오늘 다행히 진료를 받았지만, 언제 예약이 취소될지 몰라 불안하다”면서 "조속히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진료가 취소될까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 감사한 마음으로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환자 카페에는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30일 긴급 휴진’이라는 문자가 왔다” “취소 공지만 있지 예약을 언제 다시 잡아준다는 안내는 없다”와 같은 불만 글이 잇따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한 뒤 “오늘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 수술에 대해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이는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라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은 다음 달 3일부터 일부 교수가 휴진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 병원도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일 임현택 차기 회장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및 의대생을 포함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108 분명 ‘찰칵’ 소리 들었는데… 폰 초기화에 2심도 무죄 랭크뉴스 2024.05.03
21107 [단독] 공인노무사회장, 선거 이력 허위 의혹 피소 랭크뉴스 2024.05.03
21106 교사에게 '손가락 욕'해도 교권 침해 아니다?…결국 재심 랭크뉴스 2024.05.03
21105 5월, 올해 최대 분양 물량 풀린다…30대 속속 ’내 집 마련’ 랭크뉴스 2024.05.03
21104 ‘아들’ 전화 받고 돈 보내려던 산후도우미…아기 아빠가 구했다 랭크뉴스 2024.05.03
21103 [단독] '돈봉투' 윤관석, '수도법' 개정 대가 수천만 원 뒷돈수수 정황 랭크뉴스 2024.05.03
21102 미 대학 농성장에 한글 등장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하여’ [포토] 랭크뉴스 2024.05.03
21101 천안함 사건 때보다 심각... 北 우방국 5개 공관 테러 경보 왜 올렸나 랭크뉴스 2024.05.03
21100 윤 대통령 “부모님 세대 땀과 눈물로 위대한 대한민국 탄생” 랭크뉴스 2024.05.03
21099 尹, 현직대통령 첫 어버이날 기념식…"위대한 부모님의 나라"(종합) 랭크뉴스 2024.05.03
21098 오세훈 요청 TBS 지원 연장조례 결국 불발…시의회, 의총서 논의조차 안해 랭크뉴스 2024.05.03
21097 공용화장실서 '여성 불법 촬영 혐의' 20대에 무죄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03
21096 특효 약초 씹어 상처에 슥…‘바르는 약’ 사용법 아는 오랑우탄 발견 랭크뉴스 2024.05.03
21095 KIA 장정석·김종국 "1억 받았지만…부정청탁 받은 적은 없다" 랭크뉴스 2024.05.03
21094 박영선, 총리설에 "딱 한 마디로 긍정적 답변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5.03
21093 “역시 애플” 실적하락에도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 랭크뉴스 2024.05.03
21092 “기본 검색 엔진 시켜줘” 애플에 27조 원 준 구글 랭크뉴스 2024.05.03
21091 홍준표, 이재명 겨냥 "범인으로 지목돼 여러 재판받는 사람이…" 랭크뉴스 2024.05.03
21090 윤석열 대통령, 어버이날 기념식 참석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상향" 랭크뉴스 2024.05.03
21089 ‘독재 정치와 경기 침체 지겨워’… 中 부자들, 이웃 나라 일본 간다 랭크뉴스 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