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광진경찰서, ‘최저시급 우려’ 댓글에 엉뚱한 답변
“출근 안 하며 월급…‘영양사’ 이기적 집단 취급”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광진경찰서 직원이 최근 육아휴직에 들어간 구내식당 영양사의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영양사들을 ‘월급은 받으면서 출근은 안 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묘사했다가 논란이 됐다. 글을 쓴 직원은 “비난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했으나, 공공기관마저도 일하는 부모가 보장받아야할 모성보호 제도 사용을 반기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구내식당 인사담당자는 지난 22일 영양사 구인·구직 커뮤니티 ‘영양사 도우미’에 130명의 급식을 맡는 계약직 영양사 구인공고를 올렸다. 조건은 주 5일 하루 7시간 근무, 연봉 약 2500만원이었다.

자신을 영양사라고 밝힌 한 회원은 이 공고에 “근로 조건을 보면(파트타임, 급여는 최저시급) 저희 직업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며 “영양사의 근로 조건에 대해 고찰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인사담당자는 이 댓글에 “기존 영양사가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월급은 받으면서 출근을 안 하고 있고 업무도 제대로 수행을 안 한 상태에서 추가 인력을 채용한다고 하니 윗분들 보시기에 영양사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답변을 달았다.

인터넷을 통해 인사담당자의 답변 내용이 알려지면서 경찰서에는 항의가 잇따랐다. 글을 작성한 직원은 지난 26일 해당 커뮤니티에 사과 글을 게재했다. 그는 “육아휴직 영양사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급여가 적게 책정된 것을 설명하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자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적 사과 이후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지만 공공기관에서마저 모성보호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비판이 잦아들지 않았다. 대한영양사협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어 “영양사는 국민 급식 및 영양·식생활을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으로 그 역할·책임을 다함에도 (광진서의) 언급은 유감”이라며 “일·가정 양립과 모성보호라는 당연한 가치가 존중되고 보호돼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양사 구인·구직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공공기관마저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는 게 참담하고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강우진 광진경찰서 경무과장은 30일 한겨레에 “인사담당자 글은 광진서의 공식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광진경찰서 인사담당자가 영양사 커뮤니티 ‘영양사 도우미’에 작성한 댓글(위), 논란이 되자 26일 추가 게재한 사과문(아래) ‘영양사 도우미’제공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보면 면허를 보유한 영양사는 전국 16만1257명(2020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96.4%(15만5447명)가 여성이다. 이들은 일터에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차별적 발언을 듣는 일이 잦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에서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는 배아무개씨는 “임신한 영양사가 입덧으로 헛구역질을 했더니 ‘임신유세’ 한다고 흉보더라”며 “결국 그 직원은 예정일보다 빨리 출산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귀를 앞둔 육아휴직자에게 대체 인력이 마음에 든다고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일도 있다”며 “영양사는 대체로 (단체 급식을 하는 곳에) 1∼2명만 있어 단체로 항의하기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윤아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973 [단독] 공수처 "VIP 격노설 대질 신문" 김계환 "조사실 나가겠다" 랭크뉴스 2024.05.22
37972 김호중, 무명시절 매니저에 빌린 돈 안 갚아 패소…얼마나 자주 빌렸나? 랭크뉴스 2024.05.22
37971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2만 6천호+α…“6년후 입주 목표” 랭크뉴스 2024.05.22
37970 김혜경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배모씨 "보고 없이 내가 판단해 결제" 랭크뉴스 2024.05.22
37969 “김계환 사령관이 ‘VIP 격노설’ 언급”… 공수처, 추가진술 확보 랭크뉴스 2024.05.22
37968 논란 일자 하루 만에 "오해"‥말 바꾸기로 또 혼선 랭크뉴스 2024.05.22
37967 다보스포럼 창립자, 회장직 연내 사임…이사회 중심 개편 랭크뉴스 2024.05.22
37966 숨지 않겠다더니‥참모 앞세워 '민심 거부권' 랭크뉴스 2024.05.22
37965 “채 상병 수사 외압 ‘진정’ 안건, 군인권보호관이 기각 밀어붙여” 랭크뉴스 2024.05.22
37964 "라인야후 압박법?" 참의원 통과‥日, 법적 근거 마련 '일사천리' 랭크뉴스 2024.05.22
37963 "정준영 이민 준비, 승리는…" 버닝썬 멤버 출소 후 근황 깜짝 랭크뉴스 2024.05.22
37962 '짬밥'이라기엔 너무 잘 나왔다…부대 급식 자랑한 軍 간부 랭크뉴스 2024.05.22
37961 ‘천비디아’ 가를 엔비디아 1분기 실적, 23일 새벽 발표 랭크뉴스 2024.05.22
37960 김호중 구속여부 24일 결정… 날짜 겹친 콘서트, 강행 어려워져 랭크뉴스 2024.05.22
37959 "주식보다 낫다"는 '이 적금'…10개월 만에 123만명 가입했다 랭크뉴스 2024.05.22
37958 딥페이크 영상에 전 세계 '발칵'‥AI 규제냐 개발이냐 랭크뉴스 2024.05.22
37957 경상국립대, 의대 정원 증원안 평의원회서 부결 랭크뉴스 2024.05.22
37956 사령관 거부로 대질 조사 불발‥윗선 수사 힘 실릴 듯 랭크뉴스 2024.05.22
37955 [단독] “이건 비밀이야” 지적장애 동료 돈 뜯은 배달업체 직원들 랭크뉴스 2024.05.22
37954 시진핑 눈밖에 났나…"20억어치 걸쳐야 외출" 中인플루언서 퇴출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