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학 동창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은 한 여성, 어느 날 동창이 가게에 가져온 예쁜 지갑을 보게 됩니다. 무심코 동창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호기심에 지갑을 만졌습니다.

돈을 훔치기는커녕 지갑을 열어보지도 않았지만, 이를 목격한 동창은 " 도둑질한 모습이 CCTV에 찍혔다", "100만 원짜리 지갑인데 찢어졌다"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돈을 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실제 절도 사실이 없는데도 이 여성은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 동창에게 93만 원을 부쳤습니다.

동창 도둑으로 몰아 수억 갈취…목숨까지 잃어

1년 8개월 뒤, 이 동창은 다시 여성에게 연락해 같은 사건을 들먹이며 "절도 벌금이 천만 원인데, 절반인 5백만 원을 주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세 차례에 걸쳐 천만 원을 뜯어냈는데요. 그 이후 동창의 협박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수시로 수천만 원을 뜯어내는가 하면, 여성의 어머니 카드까지 받아가 수백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뜯은 돈만 2년에 걸쳐 모두 34차례, 2억 9백여 만 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빚만 1억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모녀가 연락을 끊으면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집 앞에 ‘돈을 갚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메모까지 써 붙였고, SNS에 모녀를 모욕하는 글을 올린 것처럼 써서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괴롭힘 끝에 모녀는 이 동창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1년 동안 도피 끝에 경찰에 잡힌 동창은 공갈, 강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난해 8월, 빚과 생활고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동창이 그렇게 뜯은 돈은 대부분 호감을 느낀 남성의 환심을 사는 데 쓰였습니다. 명품 선물, 생활비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최악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 손색이 없다."
"기소 후 하루가 멀다고 적어내는 자필 반성문 또한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상, 공허하기 짝이 없다."
-판결문 中

'최악 중 최악' 언급한 판결문…'참혹하고 비극적'

재판부는 이 동창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강한 어조들이 담겼는데요.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핵심인 공갈죄만 보더라도,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 규모,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후 정황이 더 나쁜 사안을 떠올릴 수 없으리만치 참혹하고도 비극적이다."라며 "돈을 더 잘 뜯어내려고 저질러온 강요죄, 스토킹 범죄 등등 관련 범죄까지 더해본다면, 최악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 손색이 없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그동안 오로지 피고인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과 돈, 목숨은 되돌아오지 못한다."며 "적어도 피고인이 인생의 한창때, 20대 후반 – 30대 중반 자유로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아 피해자들의 크나큰 고통을 뼈저리게 깨닫도록 조치하여야 마땅하다." 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동창의 말도 안 되는 협박에 빚더미에 앉고, 사랑하는 어머니마저 잃은 여성의 심정은 참담했습니다. 여성은 변호인을 통해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커 피고인의 연락 금지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마지막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픽: 박서아)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1770 운명의 날 맞이한 김호중... 법조계 "구속돼도 이상하지 않아" 랭크뉴스 2024.05.24
11769 주행거리 501㎞에 3000만원대…EV3 '전기차 캐즘' 돌파한다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5.24
11768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승인… 비트코인 이어 두 번째 랭크뉴스 2024.05.24
11767 의대생 증원 24일 확정 ‘27년 만’… 갈등 봉합은 언제 랭크뉴스 2024.05.24
11766 전국 대부분 초여름 날씨··· 일부 지역은 ‘비 소식’ 랭크뉴스 2024.05.24
11765 조선왕실의 '파묘'·궁녀에게 하사한 밭…서울에 남은 조선 역사 랭크뉴스 2024.05.24
11764 "한국식 아파트가 싫었다, 집이 아이들에 스미길 바랐다"...그래서 지은 하남 주택 [집 공간 사람] 랭크뉴스 2024.05.24
11763 美증권위,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승인…비트코인 이어 두번째(종합) 랭크뉴스 2024.05.24
11762 70억 들인 구립 캠핑장 ‘불법’…한심한 행정 랭크뉴스 2024.05.24
11761 8%에서 -1%까지…롤러코스터 타는 HLB 사태에 코스닥 짐싸는 개미들 랭크뉴스 2024.05.24
11760 동남아 MZ도 결혼·출산 거부... “치솟는 집값, 경력 단절 싫어” [아세안 속으로] 랭크뉴스 2024.05.24
11759 “24일 서울역서 칼부림” 예고에 시민 불안… 순찰 강화 랭크뉴스 2024.05.24
11758 [에디터의 창]윤 대통령, 잘못 드러누웠다 랭크뉴스 2024.05.24
11757 엔비디아 9% 상승에 천 달러 돌파…그래도 고금리 못 이긴 주가 랭크뉴스 2024.05.24
11756 김호중 소주 10잔만?…유흥주점 직원 "혼자 3병 마셨다" 진술 랭크뉴스 2024.05.24
11755 뉴욕증시,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4월 이후 최악…다우 1.5%↓ 랭크뉴스 2024.05.24
11754 미 대선 앞두고 딥페이크 칼 뽑아…바이든 ‘가짜 목소리’에 82억 원 벌금 랭크뉴스 2024.05.24
11753 이더리움, 美 현물ETF 승인에 상승세…“올해 8000달러 간다” 랭크뉴스 2024.05.24
11752 점점 굳어지는 ‘윤의 격노’…공수처도 ‘김계환 발언’ 녹음 확보 랭크뉴스 2024.05.24
11751 김 시장 1위 '동원 양반김'도 오른다…한묶음 1만원 돌파 랭크뉴스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