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해병수사단 재검토 결과도 3일 만에 번복 의혹
두 번 모두 임성근 혐의 빠져…이첩 막는 결과로
“누군가 장관 판단에 계속 개입하고 있단 증거”
지난해 9월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수사단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돌연 태도를 바꿨던 것처럼, 해병대수사단의 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검토 결과도 보고받은 뒤 번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사본부의 보고 내용도 해병대수사단과 같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는 “누군가 장관의 판단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2차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지난 18일 낸 성명서에서 이러한 의혹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서 김 위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뤄진 이 전 장관과 통화를 언급하며 “(이 전 장관이) 수사 대상자 중 하급 간부 2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정리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반환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병대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포함 8명에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경찰에 이첩하자, 이를 되가져와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했고, 그 결과 하급 간부 2명만 제외하고 임 전 사단장 포함 6명에게 혐의가 인정되는 거로 정리를 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통화는 ‘국방부 조치가 부당하다’는 김 위원의 지난해 8월9일 성명 발표 직후 성명 내용을 설명하겠다는 김 위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이 김 위원에게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지난해 8월14일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국방부 장관에게 ‘기록 재검토 결과’를 보고한 날이다. 보고 문서를 보면, 조사본부는 ‘조사 내용에 대한 법리 판단’을 첨부해 장관에게 보냈다. 이 전 장관이 조사본부로부터 보고 받은 ‘법리 판단’을 김 위원과 통화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경찰에 혐의자로 이첩하자’는 조사본부의 최초 판단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가 3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국방부 조사본부 재수사 때도 2차 외압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하지만 통화 3일 뒤인 지난해 8월17일 이 전 장관은 연석회의를 소집했고, 나흘 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를 담아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센터는 14∼17일 사이 이 전 장관의 ‘윗선’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은 해병대수사단이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두 번 모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하는 일을 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센터는 “장관의 판단을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센터는 지난해 8월14일 통화 이후 이 전 장관과 김 위원의 태도가 동시에 돌변한 부분도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같은 해 8월9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기록을 경찰에서 되가져오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중간보고를, 김 위원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감추거나, 감추려고 노력해왔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 것인가”라며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110 "경고 사격에도 NLL 넘어"… 북한에서 날아온 비행체는 '2m 풍선다발' 랭크뉴스 2024.05.03
21109 윤석열 2년, 한국 언론자유 ‘최악’…박근혜 때보다 낮은 64점 랭크뉴스 2024.05.03
21108 분명 ‘찰칵’ 소리 들었는데… 폰 초기화에 2심도 무죄 랭크뉴스 2024.05.03
21107 [단독] 공인노무사회장, 선거 이력 허위 의혹 피소 랭크뉴스 2024.05.03
21106 교사에게 '손가락 욕'해도 교권 침해 아니다?…결국 재심 랭크뉴스 2024.05.03
21105 5월, 올해 최대 분양 물량 풀린다…30대 속속 ’내 집 마련’ 랭크뉴스 2024.05.03
21104 ‘아들’ 전화 받고 돈 보내려던 산후도우미…아기 아빠가 구했다 랭크뉴스 2024.05.03
21103 [단독] '돈봉투' 윤관석, '수도법' 개정 대가 수천만 원 뒷돈수수 정황 랭크뉴스 2024.05.03
21102 미 대학 농성장에 한글 등장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하여’ [포토] 랭크뉴스 2024.05.03
21101 천안함 사건 때보다 심각... 北 우방국 5개 공관 테러 경보 왜 올렸나 랭크뉴스 2024.05.03
21100 윤 대통령 “부모님 세대 땀과 눈물로 위대한 대한민국 탄생” 랭크뉴스 2024.05.03
21099 尹, 현직대통령 첫 어버이날 기념식…"위대한 부모님의 나라"(종합) 랭크뉴스 2024.05.03
21098 오세훈 요청 TBS 지원 연장조례 결국 불발…시의회, 의총서 논의조차 안해 랭크뉴스 2024.05.03
21097 공용화장실서 '여성 불법 촬영 혐의' 20대에 무죄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03
21096 특효 약초 씹어 상처에 슥…‘바르는 약’ 사용법 아는 오랑우탄 발견 랭크뉴스 2024.05.03
21095 KIA 장정석·김종국 "1억 받았지만…부정청탁 받은 적은 없다" 랭크뉴스 2024.05.03
21094 박영선, 총리설에 "딱 한 마디로 긍정적 답변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5.03
21093 “역시 애플” 실적하락에도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 랭크뉴스 2024.05.03
21092 “기본 검색 엔진 시켜줘” 애플에 27조 원 준 구글 랭크뉴스 2024.05.03
21091 홍준표, 이재명 겨냥 "범인으로 지목돼 여러 재판받는 사람이…" 랭크뉴스 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