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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비대위원장 "수십년간 의료관행 당연시해온 의사들 잘못도 명백"
토론토의대 교수 "캐나다선 의료사고 배상제도 보험료, 주정부가 지원"
"10년간 의사 2만명 늘었지만 서울로…의사수만 늘린다고 문제 해결 못 해"


오늘 하루 진료 대신 심포지엄 참석하는 의대 교수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서울대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은 30일 하루 동안 진료를 중단하고 의료 개혁을 논의하는 지리를 마련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제일제당홀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열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전 세계와 비교해도 매우 우수한 시스템이었으나, 단 두 달 만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인들의 의생과 자긍심을 단번에 짓밟았을 뿐 아니라 의사 집단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 데 분노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강의실과 병원을 박차고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단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씌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데는 정부의 잘못이 제일 크지만, 수십년간 의료 관행을 당연시해온 의사들, 특히 교수들의 잘못도 명백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등과 제대로 토론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과 인사하는 방재승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의대 교수들과 전공의, 의대생, 안철수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4년 의료대란 사태의 발생과 배경'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복지부의 요구대로 용역연구를 수행하는 폴리페서와 연구용역 카르텔을 엄벌하고, 의료계 현안을 잘 이해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입법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앞장서서 우리나라에 팽배한 포퓰리즘과 파시즘과의 기나긴 투쟁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발언 도중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박민새'라고 부르는 등 거친 언사로 비난했고,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호응했다.

이는 박 차관이 지난 2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 브리핑 도중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한 것을 비꼰 것이다.

박 차관은 의정 갈등 사태 속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수본 회의 브리핑을 맡아 의료개혁 필요성을 알리며 의료계와 갈등을 빚었다.

팽진철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에 갈등을 조정하는 기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정책을) 철저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교수들과 전공의들은 앞으로 의료정책에 관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김태경 캐나다 토론토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캐나다 의사가 바라본 한국 의료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캐나다의 의료사고 배상제도를 설명하며, 한국도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배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에는 CMPA(Canadian Medical Protective Association)라는 비영리 의료사고 보험기관이 있고, 캐나다 의사의 95%가 이 기관의 의료사고 배상제도를 이용한다"며 "레지던트의 경우 약 2천900불의 연회비를 지급하면 주정부가 80%에 해당하는 2천600불을 지원해 돌려준다. 산과 같은 위험과는 의사가 5만8천불을 내면 주정부가 5만1천불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아과의 경우 하루에 많은 환자를 볼 수 없어서 수가를 높여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북미에서는 소아과 의사에게 월급제를 적용하고, 도네이션(기부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이를 포함한 월급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끝나지 않는 의정갈등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개괄'을 주제로 발표한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정부는 비급여를 탓하면서 초저수가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4만2천원 수준인 데 반해 영국은 공공병원마저도 수가가 60만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자 그간 극도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병원이 돌아가지 않고 병원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은 그간 의료시스템이 박리다매로 유지돼 온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위기가 시장실패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무시한 규제 때문에 발생한 정부 실패의 결과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전문적인 행정관료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한국 의료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 수 추계 연구: 목적론과 방법론, 그리고 한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은퇴하는 의사가 약 2천명이고, 의대 정원은 3천명이기 때문에 매년 의사가 1천명씩 늘었고, 의사 은퇴 연령도 연기되면서 지난 10년 새 의사는 2만명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의사는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갔다"며 "이러한 자연 실험 결과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2018∼2022년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자 수는 계속 증가하면서 전공의 숫자가 자연 증가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줄었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현재의 경향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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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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