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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조작, 내정, 특혜, 청탁, 인멸’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수사요청 발표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지난해 7월부터 선관위 고위직 자녀의 특혜채용 감사를 진행했던 감사원은 이날 부당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지난 29일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비위 혐의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해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한 22명을 더하면 감사원이 검찰에 넘긴 선관위 직원은 49명에 달한다. 수사의뢰 명단엔 선관위 자체 고발 등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던 중앙선관위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2013년 이후 실시된 지방 선관위의 경력채용(167회) 전수조사 결과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800여회)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앙선관위 경력채용(124회)에서도 400여회의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전체 선관위 직원 규모가 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에 달하는 직원 채용에서 문제점이 있었다는 뜻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선관위를 ‘가족 회사’라 지칭하며 “감사원 생활 24년 동안 이렇게 공직자를 뽑는 기관은 처음이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송봉섭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 전 차장은 2018년 1월 충북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 당시 한 모 전 충북선관위 관리과장에게 딸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당시 영장을 기각했다. 뉴스1
감사원에 따르면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 김모씨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인천시 선관위로 이직했다. 정원 초과였던 인천선관위는 김씨 지원 뒤 경력 채용 인원을 추가로 배정했고, 김씨 결혼식 때 축의금 접수를 했던 선관위 직원이 김씨 면접에 투입돼 만점을 줬다. 선관위 직원들은 김씨를 세자라 불렀다.

김 전 총장의 후임 총장이었던 박찬진 전 사무총장 딸 박모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근무하다 2022년 3월 전남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박씨 채용 과정에서 전남선관위는 외부 면접위원에게 점수 없이 서명만 기재한 평정표를 요구했고, 선관위 인사담당자가 사후에 면접 점수를 조작하며 박씨는 합격했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충남 보령시에서 일하던 딸 송모씨가 2018년 3월 충북 선관위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 등에게 채용을 청탁했다. 일주일 뒤 송씨만 참여하는 비공개채용이 진행됐고, 송씨는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

이번 감사를 지휘한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방 선관위 상임위원과 국장·과장 자녀가 부당 채용된 사례도 즐비했다.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했던 A씨의 자녀는 2021년 10월 서울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는데, 당시 면접위원이 평정표를 연필로 작성했고 이후 인사담당자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할 수 있었다. 관련 업무를 맡았던 선관위 관계자는 내부 감사가 시작되자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한 정황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선관위 관계자들이 직원 자녀가 속해있던 군청의 군수를 찾아가 전출 동의를 압박해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감사원의 조치가 이중 수사의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사무총장은 2022년 12월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박 전 사무총장과 송 전 사무차장은 지난해 5월 중앙선관위 자체 수사의뢰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받는 상태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3월, 박 전 총장과 송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각각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사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추가 수사 의뢰와 관련해 “일부 새로운 혐의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선관위는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적법성을 두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양 기관의 권한쟁의심판을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수사 사안에 무혐의가 나오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은 두렵지 않다.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상식에 맞지 않는 조직 운영을 해왔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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