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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기생균에 감염된 매미. 생식기 부위가 포자에 점령당했다. 존 쿨리/네이처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Q. 올해 미국의 중부와 동남부에 이른바 ‘매미겟돈’(매미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이 벌어질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미가 최대 1000조 마리까지 나타난다니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됩니다. 미국에서는 소음이 걱정된다는 보도와 함께 매미들이 ‘좀비’가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거죠?

A.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여러 매체는 올여름 매미들의 ‘거대한 출현’을 예고했지요. 매미는 긴 세월을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살다가 일정한 주기로 성충이 됩니다. 종에 따라 7년, 13년, 17년 등 1과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 나뉘지 않은 소수의 해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올해 미국에서는 13년과 17년마다 나타나는 매미 종들의 출현 시기가 221년 만에 겹치면서 특히나 많은 매미가 나올 거라 예상되고 있죠.

매미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밖으로 나왔지만 땅 위의 생활도 녹록하지 않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매미들로서는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날개를 펼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인데요, 이렇게 허물을 벗고 나온 매미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짝짓기’입니다. 십수 년을 나무 밑에서 기다렸지만, 사랑을 나눌 시간은 고작 한 달뿐입니다. 수컷 매미들은 ‘삶의 목적’에 충실하게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큰 소리로 울어대며 암컷들을 유인합니다. 그러니 매미가 한꺼번에 깨어나는 시기가 오면 덩달아 소음 걱정도 나오게 됩니다. 수컷 매미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믹서기 소음에 맞먹는 70~90㏈(데시벨)이거든요. 특히 올해 미국에서는 수십조에서 1000조 마리까지 나타날 거라고 하니 소음도 엄청나겠죠.

그런데 매미들은 왜 13년, 17년 등 정확한 주기에 태어나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이것을 일종의 종족 보존 전략이라고 봅니다. 매미는 천적이 많습니다. 새, 다람쥐, 거미, 고양이, 개 등에게 잡아먹히죠. 소수 해에 태어나는 패턴을 취하면 천적과 마주칠 기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태어나면 비록 적에게 잡혀먹히더라도 한꺼번에 다 희생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매미 특유의 생존 전략에도 장애물이 있습니다. ‘매미겟돈’을 예고한 과학자들은 수십조 마리의 매미가 태어날 때, 매미에게 기생하는 균류도 그만큼 많이 세상에 뿌려질 거라 예고했습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시엔엔(CNN) 등은 올해 태어나는 매미들은 매미 기생균(Massospora cicadina)의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짝짓기에 미친 ‘좀비 매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감염되지 않은 수컷 매미(왼쪽)와 감염된 뒤 생식기가 찢겨나간 암컷. 존 쿨리/네이처 제공

매트 카슨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부교수는 “균에 감염된 매미는 날아다니는 ‘죽음의 소금통’ 같다”고 29일(현지시각)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말했습니다. 카슨 박사의 설명을 보면, 매미 기생균은 기본적으로 ‘매미 세계의 성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짝짓기를 통해 서로에게 균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균은 매미가 애벌레일 때부터 기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히 언제 감염이 일어나는지는 정확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충이 된 뒤에는 한눈에 감염 여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균이 매미의 등 쪽에서부터 점차 포자를 채워서 결국 하반신을 점령하기 때문입니다. 매미의 배는 “분필 (모양) 같은 포자”로 뒤덮이고, 결국엔 생식기가 떨어져 나가 포자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그러나 매미는 이를 모르고 본능대로 짝짓기에 열중하면서 다른 매미들에게 균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특히 균의 ‘지배’를 받는 수컷 매미의 행동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2018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코네티컷대 논문에 따르면, 균에 감염된 수컷은 암컷과 계속 짝짓기를 시도하면서 동료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암컷 행세를 합니다. 암컷 매미들은 짝짓기 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특유의 날갯짓을 하는데, 균에 감염된 수컷이 암컷의 날갯짓을 따라 하면서 다른 수컷을 유혹하는 것입니다. 기생균은 수컷 매미를 ‘섹스 좀비’로 만드는 셈이죠.

기생균의 만행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멀쩡한 매미도 감염된 매미와 짝짓기를 하게 되면 포자들에 의해 결국 생식기가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생식기를 잃은 매미는 하늘을 날면서 균을 뿌리는 ‘소금통’이 되고 맙니다. 균은 다시 땅에 스며들어 다음 주기에 태어날 애벌레들에게 기생하며 ‘화려한 부활’을 노립니다.

논문의 주저자인 존 쿨리 코네티컷 생태·진화생물학 교수가 “기생균의 생존 방식은 공상 과학소설 속 괴물보다 훨씬 더 낯설다”고 시엔엔에 설명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요.

올해 미국에서는 13년과 17년마다 나타나는 매미 종들의 출현 시기가 221년 만에 겹치면서 특히나 많은 매미가 나올 거라 예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록 매미에게는 치명적인 기생균이지만, 다른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균에서 각성제 성분인 암페타민 성분이 발견됐지만, 인간과 무척추동물인 곤충과는 신경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카슨 박사는 “매미들이 기생균에 감염될 가능성은 최대 10%정도다. 기괴한 곰팡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경이로운 자연의 현상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시엔엔에 말했습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98-018-19813-0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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