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배우경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지난 2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500명 수준으로 내년 증원을 발표한다면 교수들도 더 이상 저항할 방법이 없어 사직하려 합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다음달 1일에 사직하겠다고 예고한 방재승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29일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방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이하 비대위) 수뇌부였던 김준성(심장혈관흉부외과)·배우경(가정의학과)·한정호(신경외과) 교수 등 4명은 사실상 30일부터 진료 현장을 떠났다.

전국 곳곳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직서를 집단 제출했지만 실제 사직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교수 4인은 이날부터 실질적으로 근무를 중단했다. 앞서 방 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서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사직하기로 했다”며 “사직서 제출이 형식적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시각이 있는데, 정부가 진정성을 못 믿겠다면 우리는 사직하겠다”고 예고했다.

방 위원장은 “환자 진료를 안 보고 나가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보면 무슨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니라서 인터뷰하기 부끄럽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교수들 사직은 정부 마음을 돌려서 진료를 빨리 정상화하려는 수단인데, 정부가 마음을 돌리지 않고 1500~1600명으로 내년 증원을 발표한다면 교수들로서도 더 이상 저항할 방법이 없다”며 “사직(사직서 제출)이 그냥 정부를 겁주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사직을 각오하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제가 선택한 길(사직)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 정부 정책대로 밀어붙이면 의료 붕괴는 시작되고, 나중에 정부가 사과를 한다고 한들 되돌릴 수 없다”며 “그때는 국민도 선택을 잘못 했다는 걸 알게 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 수 자체가 의료개혁이 아니라, 필수·지역 의료 살리는 게 의료개혁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아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에서 언론대응팀장을 맡았던 배우경 교수도 “(사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사직하고 싶다”고 했다. 배 교수는 “교수들의 사직 및 휴진이 정부나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정부는 어떤 압박에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비대위는 29일부터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모습’에 대한 원고를 모집하는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일단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의료체계가 무엇인지 확인한 이후 이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해보자는 취지다. 배 교수는 “지금은 교수들 휴진 소식보다는 우리가 사태 해결을 위해 하는 노력이 더 뉴스가 됐으면 좋겠다”며 “국민 공모전에 많이 지원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정호·김준성 교수에게도 사직의 변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한 교수는 “(방재승) 위원장과 뜻을 같이 한다”고 했고, 김 교수에게는 답을 듣지 못했다. 방 위원장 등이 사직하면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5월부터 3기 비대위를 새롭게 꾸린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1734 '민희진 대표이사 5년유지'…이 주주계약서, 법정공방 불붙인다 랭크뉴스 2024.05.24
11733 '활동가' 없었으면 못 잡았을 수도... '언더커버' 성범죄 수사도 한계투성이 랭크뉴스 2024.05.24
11732 수출 희망 봤나…한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2.5%로 상향 랭크뉴스 2024.05.24
11731 [영상] 영화 한 장면인줄…공군 전투기 야간 총출동 장면 공개 랭크뉴스 2024.05.24
11730 사람 잡은 '마른하늘 난기류' 한반도도 위험…"증가 속도 2배" 랭크뉴스 2024.05.24
11729 '채상병 특검' 부결 낙관하는 與…공공기관장 90개 빈자리 믿나 랭크뉴스 2024.05.24
11728 27년만의 의대 증원 오늘 확정…의정 갈등 봉합은 언제쯤 랭크뉴스 2024.05.24
11727 이재명의 '연금개혁' 꽃놀이패... 이슈 주도권과 민생 이미지 모두 챙겼다 랭크뉴스 2024.05.24
11726 폭염에 휴가지로 갑자기 뜬 '이 나라' "러시아인은 오지 마"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5.24
11725 "침입당한 에콰도르주재 대사관 보호해달라" 멕시코 요청 기각돼 랭크뉴스 2024.05.24
11724 바이든, 케냐에 韓처럼 주요 非나토동맹국 지위…阿에서 中 견제(종합) 랭크뉴스 2024.05.24
11723 美·EU, '中 대만포위훈련' 우려·자제촉구…中 "내정간섭" 반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5.24
11722 4년5개월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3국 간 협력 복원 ‘분기점’ 랭크뉴스 2024.05.24
11721 美, 中 대만포위훈련에 "자제 촉구…역내 미군 태세·작전 확신" 랭크뉴스 2024.05.24
11720 '강남역의 굴욕'…만년 2위 잠실역, 강남역 이겼다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5.24
11719 별도 멘트도, 듀엣곡도 없었다… 김호중, 구속 심사 전 마지막 무대 마쳐 랭크뉴스 2024.05.24
11718 '유럽연합판 IRA' 핵심원자재법 23일 발효 랭크뉴스 2024.05.24
11717 ECB 통화위원들, 임금 상승 지표에도 "6월 금리인하" 랭크뉴스 2024.05.24
11716 영업시간 늘리고 즉시배송… 마트는 온라인과 전쟁중 랭크뉴스 2024.05.24
11715 '라임 사태 주범' 도피 도운 상장사 前대표, 배임 혐의 추가기소 랭크뉴스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