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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SK그룹 ‘수펙스’ 공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톡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노출됐다. 여러 레이블(label· 음반사)을 자회사로 둔 하이브는 그간 각 레이블이 독창적인 음악 활동을 하도록 레이블 대표에게 전권을 줬다.

그러나 하이브는 지난 22일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 경영진이 회사를 탈취하려 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각 레이블의 창작 활동을 극대화하면서도 경영 활동 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뉴스1

30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말 기준 11개의 레이블을 포함해 총 7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하이브를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하이브라는 플랫폼 아래 개성 있는 레이블을 여러 개 두겠다는 구상으로 방시혁 의장, 박지원 하이브 대표, 각 레이블 대표가 함께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수만(SM)·박진영(JYP)·양현석(YG)이라는 독보적인 인물이 소속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싱글 레이블’ 시스템이 주류였다. 이에 새로운 아이돌이나 음악이 나올 때마다 색깔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번에 한 가수만 나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면 멀티 레이블은 동시다발적인 활동이 가능해 수익 실현 시점이 빨라졌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투어스(플레디스)를 시작으로 르세라핌(쏘스뮤직·2~3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빅히트뮤직·4월), 아일릿(빌리프랩·3~4월), 보이넥스트도어(KOZ엔터테인먼트·4월) 등 하이브 소속 가수들이 연이어 앨범을 내고 활동한 것도 멀티 레이블이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하이브의 몸집이 거대해졌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의 불씨가 생겨났다. 하이브가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을 전달하면 레이블에서는 경영 간섭으로 여기는 것이다. 반대로 레이블은 하이브나 다른 레이블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짙어졌다. 민희진 대표가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김범수(왼쪽) 창업주 겸 경영쇄신위원장과 정신아(오른쪽) 대표이사 및 공동의장. /카카오 제공

이번 사태로 하이브는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컨트롤타워가 잘 갖춰진 곳은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이다. 186개의 계열사를 가진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기업 간 시너지나 리스크를 조율한다. 각 계열사의 상황을 인지하고 매달 2번씩 열리는 수펙스 회의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따로 또 같이’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SK의 수펙스 체계를 가장 많이 공부하고 반영하는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계열사가 137개에 달하지만, 그간 자율경영이라는 이유로 계열사에 대한 보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이에 데이터센터 화재, 카카오톡 장애, 공정위 공시 누락,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 사태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대응이 느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 2월 김범수 창업자와 정신아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하면서 CA 협의체를 강화했다. 협의체를 총괄하는 대표에는 SK텔레콤 출신인 황태선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선임했다.

그래픽=정서희

CA 협의체는 ▲경영쇄신 ▲전략 ▲브랜드커뮤니케이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책임경영 등 총 5개 위원회로 구성됐다. SK 수펙스 산하에 7개의 위원회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카카오 및 계열사는 신규 투자 집행과 유치, 지분 매각, 지배구조 변경 등 중요 사안을 결정하기 전에 CA 협의체 각 위원회의 리스크 검토를 받고 준법과신뢰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기존과 비교해 검증과 통제가 강화된 것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멀티 레이블 체제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뮤직 등 글로벌 주요 음악 기업들이 채택한 가장 선진화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고 복수의 아티스트가 독립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라며 “다만 레이블의 과도한 경영권 요구, 보상요구 등을 수용한 것이 사태의 시작이었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협의체 등) 지배구조를 좀 더 공고히 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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