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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 폭주 연례행사 자취 감췄지만
소규모 난폭운전 일상, 보행안전 위협
면허판 탈착 등 만연... 단속도 어려워
지난달 1일 3·1절을 맞아 대구 도심에서 폭주족들이 무리 지어 달리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지그재그 달리면서 차들을 추월하던데, 보기만 해도 무섭더라고요."

직장인 박모(32)씨는 23일 귀갓길만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0시 무렵 택시를 타고 집에 오던 중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에서 오토바이 두 대가 택시 좌우로 곡예운전을 하며 쏜살같이 지나갔다. 굉음이 어찌나 큰지 술에 취해 쏟아지던 잠이 싹 달아났다. 박씨는 "택시를 거의 스칠 듯 추월해 놀란 기사님이 욕설까지 내뱉을 정도였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잠잠하던 '폭주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경일에 맞춰 수백 대가 도로를 질주하던, 이른바 '떼빙(도로교통수단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행위)'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제는 때를 가리지 않는 소규모 난폭운전이 일상이 돼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점조직화 폭주족, 매일 밤 거리 질주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팬데믹 기간 일시 중단한 3·1절 및 광복절 폭주족 특별단속을 재개했다. 본청 차원에서 전국적 단속에 나선 건 3년 만이었다. 방역 해제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대거 출몰한 데다, 배달기사 등 증가로 폭주족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탓이다.

사실 2010년대 들어 폭주족 감소세는 뚜렷했다. 1990년대 10대들의 일탈로 시작된 폭주족 문화는 3·1절과 광복절 등 국경일에 200~300명씩 모여 도심을 질주하고 굉음을 내며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 강화와 게임 등 다양한 놀이 증가로 대규모 폭주족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올해 3·1절 특별단속에서도 폭주족을 처벌하는 '공동위험행위' 혐의로 입건된 운전자는 없었다.

그렇다고 고속 질주의 매력에 푹 빠진 바이크 문화까지 소멸된 건 아니다. 그 결과, 떼빙 연례행사 대신 2, 3명씩 짝을 이룬 난폭운전이 매일 밤 일어나고 있다. 실제 현재도 대구와 충남 천안시는 폭주족 성지로 불린다. 천안은 독립기념관이 있는 데다, 국토 가운데 위치해 전국 폭주족이 모이기에 안성맞춤 장소라고 한다. 대구는 넓고 곧게 뻗은 대로가 많은 도로 특성이 폭주족을 불러 모으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적발 연령대는 10대가 가장 많고, 다음이 20대"라며 "대부분 125㏄ 이하 이륜차를 개조해 몰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난폭운전은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공익제보단을 통해 제보받은 이륜차 법규 위반은 26만7,916건이나 됐다. 이 중 94.8%가 "난폭운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단속만으론 근절 못 해... "제도 개선 뒷받침돼야"



문제는 일일 행사가 된 폭주를 좀체 적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경일처럼 대규모 단속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렵거니와 단속구역에선 인도로 주행하거나 면허판을 탈착하는 탈법·편법이 판을 쳐 단속카메라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 블랙박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이들을 추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최근 도입한 '양방향 단속카메라'가 이륜차 불법운전 적발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나 성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매일 불법을 일삼는 등 '점조직'화한 폭주족을 단속만으로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어릴 때부터 준법의식과 취미로 즐기는 이륜차 문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등록제가 아닌 사용신고제인 데다, 보험과 폐차 의무도 없는 등 제도까지 낙후돼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며 "국회와 관계 당국이 뜻을 모아 선진국형 이륜차 종합관리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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