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인아라뱃길의 한 노상주차장에 주차된 캠핑차량들. 최모란 기자


지난 25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의 한 노상 공영주차장. 평일 오전 10시인데도 31면의 주차공간은 차들로 가득 찼다. 주차 차량 중 11대가 카라반 등 캠핑차량이었다. 대부분이 오랜 기간 세워둬 먼지가 쌓였다. 일부 차량은 주차선을 넘어 2칸 주차를 해놨다. 이른바 ‘알박기’ 차들이다. 캠핑카 등으로 남은 주차공간은 장애인 주차장 2면을 포함해 5면 정도. 20여분 뒤엔 이마저 다 찼다. 이후 들어온 차들은 장기 주차 차량 앞에 이중주차를 하거나 다른 주차장을 찾아 운전대를 돌렸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인근의 18면 소형 주차장도 캠핑카와 버스 등 장기 주차 차량이 11면을 채웠다. 박정혜(69)씨는 “자주 산책하러 오는데 평일에도 노상 주차장이 빈 적이 없다”며 “주말엔 주차 공간을 찾는 차들로 주차장 주변이 꽉 막힌다”고 말했다.



무료 공영주차장들의 고민 ‘무단 장기 주차’
경인아라뱃길의 한 노상주차장에 주차된 캠핑차량들. 최모란 기자

전국의 무료 공영주차장들이 장기간 방치된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주차장은 절반 이상이 장기 주차 차량으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공영주차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장기 주차 차량의 상당수는 카라반 등 캠핑차량이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캠핑카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단독 주택이 아니면 주차가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도 주차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아예 캠핑차량의 주차를 금지하거나 일반 차량보다 별도로 비싼 비용의 주차비를 물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무료 주차를 위해 공영주차장이나 도로변 등에 장기 주차하는 얌체족이 많아졌다.

캠핑카를 소유한 김모(45)씨는 “캠핑카가 일반 차량보다 크다 보니 캠핑카 주차는 꺼리는 유료 주차장도 많다”며 “그래서 일부 캠핑족은 주차 공간을 찾아 서울에서 경기도·인천은 물론 충청지역까지 이동한다”고 말했다.

캠핑카만 장기 주차의 원흉은 아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전체 주차공간(2022면)의 300면 정도를 장기 주차 차량이 점령하고 있다. 캠핑카 못지않게 일반 차량도 상당하다고 한다. 번호판이 없는 차량부터 바퀴가 터진 차량, 그냥 방치된 차량 등 사실상 폐차도 많다.

경기장을 관리하는 인천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주차장 곳곳을 돌면서 매일 20~30건씩 단속·계도하고 있지만 줄어들지를 않는다고 한다. 인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쓸 일이 없는 차를 장기 주차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버리고 간 차량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유료화·장기 방치 차량 견인 가능…줄어들까
인천아시아드경기장 주차장에 번호판까지 뗀 장기 주차차량이 방치돼 있다. 최모란 기자
장기 주차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등 단속기관이 견인 등을 함부로 할 수도 없다. 공영주차장 내 차량 강제 처리 관련 조항이 없다. 여기에 ‘무료 공영 주차장은 도로나 사유지가 아닌 데다 누구나 시간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주차) 차량을 강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한다.

한 인천지역 기초단체 단속부서 관계자는 “장기 주차 차량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차량 이동’을 부탁하거나 경고 스티커를 붙이면 ‘무료 주차장인데 뭐가 문제냐’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단속을 해도 ‘계도’ 중심이라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를 개정해 무료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계양구와 서구에 걸쳐 있는 아라뱃길 일대 공영주차장 20곳 중 노외주차장 8곳에 주차 관제기를 설치해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주차장도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주차장을 유료화해도 버려진 차들의 경우는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아시아드경기장 주차장에 주차된 장기 주차차량들. 최모란 기자
인천시는 무료 공영주차장에 한 달 이상 고정 주차한 장기 방치 차량을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이동을 명령하거나 견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오는 7월 시행을 근거로 장기 주차 강제 조치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무료 공영주차장에서도 장기 방치 차량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이동을 명령하거나 견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금까진 ‘강제 견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계도 중심의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며 “주차장의 유료 전환과 장기 주차 차량의 견인이 도입되면 장기 방치 차량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120 미국 대학 농성장에 한글 등장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하여’ 랭크뉴스 2024.05.03
21119 최태원 "가족간병에 관심을"…LG 구광모·두산 박정원 통큰 기부(종합) 랭크뉴스 2024.05.03
21118 '해외순방 530억' 예비비 파장‥野 "혈세농단 아니냐"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5.03
21117 ICC,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 모색…튀르키예, 이스라엘 교역 중단 랭크뉴스 2024.05.03
21116 전공의,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정부 “‘빅5′ 전임의 계약율 70% 육박”(종합) 랭크뉴스 2024.05.03
21115 한국 언론자유지수 세계 62위…‘문제있음’ 그룹에 포함 랭크뉴스 2024.05.03
21114 박영선 "긍정적 답변한 적 없다"‥총리직 제안설 첫 인정 랭크뉴스 2024.05.03
21113 “방 하나는 잠가둘게요”… 전셋집 계약조건 논란 랭크뉴스 2024.05.03
21112 ‘치아 자라게 하는 약’ 나왔다···임플란트 대안 되나 랭크뉴스 2024.05.03
21111 “10만원에 팔면 9900원 뗀다”... 사업자에 유리한 크림의 新수수료 정책 랭크뉴스 2024.05.03
21110 "경고 사격에도 NLL 넘어"… 북한에서 날아온 비행체는 '2m 풍선다발' 랭크뉴스 2024.05.03
21109 윤석열 2년, 한국 언론자유 ‘최악’…박근혜 때보다 낮은 64점 랭크뉴스 2024.05.03
21108 분명 ‘찰칵’ 소리 들었는데… 폰 초기화에 2심도 무죄 랭크뉴스 2024.05.03
21107 [단독] 공인노무사회장, 선거 이력 허위 의혹 피소 랭크뉴스 2024.05.03
21106 교사에게 '손가락 욕'해도 교권 침해 아니다?…결국 재심 랭크뉴스 2024.05.03
21105 5월, 올해 최대 분양 물량 풀린다…30대 속속 ’내 집 마련’ 랭크뉴스 2024.05.03
21104 ‘아들’ 전화 받고 돈 보내려던 산후도우미…아기 아빠가 구했다 랭크뉴스 2024.05.03
21103 [단독] '돈봉투' 윤관석, '수도법' 개정 대가 수천만 원 뒷돈수수 정황 랭크뉴스 2024.05.03
21102 미 대학 농성장에 한글 등장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하여’ [포토] 랭크뉴스 2024.05.03
21101 천안함 사건 때보다 심각... 北 우방국 5개 공관 테러 경보 왜 올렸나 랭크뉴스 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