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10분간 차담회를 갖고 국정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제1 야당 대표와 국정을 논의하면서 협치, 소통의 첫발을 뗐다는 사실은 환영할 일이지만, 구체적 합의사항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다만 양측이 소통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정치 복원과 민생 해결이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이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15분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 등 다소 불편할 수 있는 현안까지 작심 발언을 이어갔음에도 윤 대통령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민생 회복을 위한 긴급조치로 요구한 민생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추경에 대해선 서로 이견만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 이 대표는 국회를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온도차를 보였다. 다만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해선 공감한 만큼 서로 조율 가능한 현안 논의부터 시작하면서 협치를 위한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라는 민심의 준엄한 요구였다.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명 및 향후 국회 결정에 대한 존중을 요청한 배경이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윤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조사·재발 방지책·유족 지원에는 공감한다고 설명했으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독소조항 등을 들어 법안을 거부한 것으로 이해했다. 연금개혁도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갈렸다.

대통령실은 회담 이후 야당과의 소통에 나섰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 반면, 민주당은 기대만큼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의제 조율 등 성사 과정의 우여곡절이 말해주듯, 양측은 첫술부터 배부르기 어려운 회담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윤 대통령부터 불통 이미지 불식을 위해 영수회담 정례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은 임기 3년간 여소야대 구도하에선 거대 야당의 협조는 국정운영에 필수적이다. 자주 만나야 야당과 신뢰도 쌓이는 법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면 지난 2년간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정치의 고질을 끊어낼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461 NH농협은행, 잇단 금융사고에… 이석용 행장 조기 사퇴론까지 랭크뉴스 2024.05.28
13460 "'미친 연기' 하려고 뇌와 심장 놓고 다녀요"...천우희와 경쟁하는 천우희 랭크뉴스 2024.05.28
13459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당했다...‘핵심기술’ 유출 '충격' 랭크뉴스 2024.05.28
13458 김호중, 공연 강행 이유 있었나… 미리 받은 돈만 125억 원 랭크뉴스 2024.05.28
13457 비극 현장 '녹취' 들어보니‥위험보고 끝내 묵살 랭크뉴스 2024.05.28
13456 '주4일제' 도입…'월화수목금' 중 가장 선호하는 요일은? 랭크뉴스 2024.05.28
13455 한예슬 기사에 ‘양아치·날라리’ 댓글 벌금형…액수는 얼마? 랭크뉴스 2024.05.28
13454 얼차려 사망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유사 증상…가혹행위 논란 커지나 랭크뉴스 2024.05.28
13453 전청조, ‘남현희 조카 폭행’…아동학대 혐의 추가 기소 랭크뉴스 2024.05.28
13452 ‘엔비디아 버스’ 탑승...두산에 쏠리는 눈 랭크뉴스 2024.05.28
13451 추경호 "특검법 가결시 '탄핵열차' 시동‥입법 폭주 막아야" 랭크뉴스 2024.05.28
13450 천하람 “개혁신당 전원, 채 상병 특검법 찬성 표결할 것” 랭크뉴스 2024.05.28
13449 한쪽 눈 잃은 반려견…CCTV 보고 억장 무너진 가족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5.28
13448 추경호, 野 법안 강행에 "거부권 유도해 탄핵 외치려는 전략" 랭크뉴스 2024.05.28
13447 "아들이 먹던 김밥서 칼날 나와…항의했더니 진상 취급" 랭크뉴스 2024.05.28
13446 “골프채 손잡이로 남현희 조카 폭행”…전청조 ‘아동학대 혐의’ 기소 랭크뉴스 2024.05.28
13445 박주민 "채상병 특검법, 여당 이탈표 최대 9표 가능성" 랭크뉴스 2024.05.28
13444 "뭐든 다 집어삼키 뿝니다"…낙동강 휘젓는 '1m 괴물' 정체 랭크뉴스 2024.05.28
13443 김호중, 이래서 공연 강행했나…선수금만 125억 받았다 랭크뉴스 2024.05.28
13442 [단독] 韓 비타민D 토마토, ‘종자 공룡’ 바이엘이 전 세계에 판다 랭크뉴스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