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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환율, 160엔으로 ‘쑥’… 34년만에 최고
美 경제지표 호조·日 금리 동결에 円 약세 지속
日 무역수지 악화·물가 불안 가능성… 내수 발목
‘엔화 프록시’ 원화도 불안… 2% 물가 물건너가나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급등한 달러·엔 환율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적 저지선인 155엔을 넘어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60엔까지 올랐다. 미국 경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은행(BOJ)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약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엔화 가치의 급락은 주변국인 우리나라에 좋지 않은 신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엔화의 프록시(proxy·대리인)로 평가되는 원화의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수입 원자잿값을 높여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 물가까지 끌어올려 각종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强달러에 맥 못추는 円… 日경제 부담 커질 듯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9일 달러·엔 환율은 장중 160엔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이 160엔선으로 올라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4일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달러당 155엔을 넘긴 후 환율 급등세가 더욱더 가팔라지고 있다.

엔화 가치는 강(强)달러 흐름 속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중동 긴장으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커진 영향이다. 미국 경기지표가 잇따른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위축된 것도 한몫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현재 상단 기준 5.4%포인트(미국 연 5.5%·일본 0.1%)인 미·일 금리 격차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워진다.

달러·엔 환율이 158엔을 돌파하며 34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28일 서울시내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BOJ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간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BOJ는 지난 26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채 매입도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엔저 흐름 속에서도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시장에서 BOJ의 금리 인상이 멀었다는 견해가 확산했고, 엔화 매도세는 더욱 거세졌다.

‘슈퍼 엔저’는 일본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의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통상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처럼 내수의 비중이 큰 나라는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했던 2022년 일본의 무역수지는 19조9782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수출이 18.2% 늘었지만, 수입이 39.7%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20조엔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일본의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자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최종 소비재가격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국민의 생활 물가 부담을 키워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마치고 되살아나고 있는 일본의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할수도… “시장 불안 가능성”
‘슈퍼 엔저’는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엔화의 프록시 통화인 원화도 덩달아 약세를 보일 수 있어서다. 프록시 통화란 특정 통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통화를 말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작년 6월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엔 환율의 상관계수는 0.973이었다. 두 환율의 방향뿐 아니라 변화 크기도 유사해 동조화의 정도가 높았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엔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해 가뜩이나 불안정한 물가 경로를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개월째 3%대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 물가 상승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가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대리)되다 보니 우리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이 있다”면서 “(한은은)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에 나설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저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원·엔 동조화로 한국제품의 수출단가가 내리더라도 수출물량이 대폭 늘지 않으면 총수출액(단가×물량)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작년 8월 무역협회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10% 오를 때 우리나라 수출품목의 수출단가는 0.12% 내렸지만, 수출 물량은 0.02% 증가에 그쳤다. 수출물량 증가 폭이 크지 않으면서 총 수출금액은 0.1% 감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155엔 이상의 환율 수준을 용인하면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가뜩이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으로 불확실성 위험이 커진 상황에 달러·엔 환율 불안마저 가세한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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