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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을 앞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29일 열린 기자 간담회 참석자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내 ‘1호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이 1년7개월 간의 복원·보수공사를 마치고 새로이 문을 열었다.

1세대 건축가 박길룡(1898~1943)이 설계한 여러 보화각(간송미술관 옛 이름)의 설계도면과 청사진,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미술품 구매내역 등을 기록한 ‘일기대장’ 등 1938년 설립한 보화각 설립 과정에 대한 자료, 그가 보화각 설립 이전에 수집한 서화 유물이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전시 제목은 ‘보화각 1938’으로, 보화각이 문을 열기까지의 준비 과정과 공사 전 비좁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었던 간송의 초기 컬렉션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그동안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고진승의 섬세한 나비그림 실물을 처음으로 볼 수 있으며, 1930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당선작인 노수현의 ‘추협고촌’의 우수어리고 쓸쓸한 산촌 풍경도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2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재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80년이 넘는 역사적 건물의 노후화된 시설을 정비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 설비로 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복원·보수 공사를 통해 현대적 항온·항습 시설, 조명 등을 갖추면서 일반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 기간도 3배 이상 늘어났다. 매년 봄·가을 2주씩 공개하던 전시 시간을 봄·가을 한달 반씩으로 늘려 1년에 90일 정도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총 47건 102점 가운데 다수가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기존 간송미술관의 비좁은 수장고를 10배 이상 규모로 증축하는 과정에서 재발견된 자료들이다. 서화 36점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박길룡건축사무소-북단장 양관 신축공사 설계도(배치도). 간송미술관 제공


보수 공사를 마치고 2년 만에 재개관을 앞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29일 열린 기자 간담회 참석자가 간송 전형필의 ‘일기대장’을 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1세대 건축가 박길룡의 보화각 청사진, 기와집 열채 값의 진열장

1층엔 한국 1세대 건축가 박길룡이 설계한 보화각 도면과 청사진, 간송이 직접 스케치한 진열장 도면 등이 전시됐다. 간송은 수집한 서화·골동 유물을 진열할 진열장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교토 후이지유린칸, 오사카미술관 등을 방문하고 진열장 스케치를 남겼다. 도자 진열장과 작은 진열장은 오사카에서, 큰 서화 진열장은 미쓰코시 경성지점 가구장식부에 제작을 의뢰했다. 단단한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고급 화류장의 총 구입액은 9600원으로, 당시 기와집 한 채가 1000원 정도였으니, 기와집 열채 값에 맞먹는다. 이 진열장들은 지금도 전시장에서 쓰이고 있다.

2층엔 간송이 1936~38년까지 서화·골동 구입 내역을 직접 기록한 <일기대장>과 미공개 서화를 볼 수 있다. <일기대장>에 간송은 건축·설계비, 인건비, 자재비, 정원사 인력과 임금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일기대장에 이번 전시에 선보인 김영의 ‘부춘산매화서옥도’를 30원, ‘서화협회기념첩’을 50원에 구입한 내역도 적혀있다.

보수 공사를 마치고 2년 만에 재개관을 앞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29일 조선 후후기 ‘고접’으로 불린 고진승의 나비 그림이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정효진 기자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을 앞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29일 열린 기자 간담회 참석자가 노수현의 ‘추협고촌’을 살펴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조선시대 ‘고접’이라 불린 고진승 나비 그림, 쓸쓸한 늦가을 산촌 산수화 최초 공개

미공개 서화 가운데 고진승의 나비 그림 2폭이 눈길을 끈다. 고진승(1822~?)은 ‘고접’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비를 잘 그렸다고 전해지지만 남겨진 작품이 없었다. 수장고 증축 과정에서 고진승의 ‘금전화접(금잔화와 나비)’과 ‘심방화접(꽃향기 찾는 나비)’ 두 점이 발견됐다. 전시에선 조선 후기 나비 그림으로 유명해 ‘남나비’로 불렸던 남계우의 섬세하고 빼어난 나비 그림 2폭과 나란히 전시돼 조선시대 ‘나비 대가’ 두 명의 그림을 한번에 볼 수 있다.

노수현(1899~1978)의 ‘추협고촌’ 또한 볼만하다. 늦가을 산촌의 황량하면서도 적막한 정취를 쓸쓸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했다. 1930년 제9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으로 알려졌지만 실물로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철종과 고종어진을 그린 화원화가 백은배(1820~1901)의 <백임당풍속화첩>의 총 9장면 중 4장면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달밤 아래 길을 나서는 여인을 그린 ‘월화밀행’, 돈 많은 양반이 자신의 서재로 어린 기녀를 부른 ‘초기서재’, 긴 담뱃대를 머금은 두 정인을 그린 ‘정인함죽’, 어린 기생의 초야권을 산 젊은 총각의 모습을 그린 ‘양회초야’ 등이다. 전 관장은 “김홍도와 신윤복을 반씩 섞은 듯한 화풍을 보여주며, 19세기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주미 공사관원 강진희와 청국 공사관원 팽광예의 작품 8점이 실린 <미사묵연 화초청운잡화합벽첩>의 전면도 처음 공개된다. 강진희의 ‘화차분별도’는 미국의 풍경을 그린 최초의 산수화로 알려졌다.

1년7개월의 복원·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간송미술관 전경. 이영경 기자


수백 미터 긴 대기줄은 그만···인터넷 사전예약 가능

보화각은 2019년 12월30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며 2022년 9월부터 문을 닫고 복원·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국비 11억5000만원과 사비 11억 5000만원 등 23억원을 들여 1년7개월 동안 복원·보수 과정을 거쳤다.

8월말∼9월초에는 대구 간송미술관이 문을 연다. 개관전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중 국보와 보물 등 유명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열리며, 인터파크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예약으로 1시간 당 100명씩 관람이 가능해 간송미술관 앞에 선 긴 대기줄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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