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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방역 완전 해제… 일상 회복
정부 백신연관성 인정은 아직 요원
희생자 분향소마저도 철거 위기에
유족들 피해보상 등 힘겨운 싸움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병원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도 모두 해체된다. 시민들은 일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서울 중구 청계광장 한편에 자리한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분향소(사진)’는 처음 세워진 2022년 이후 시간이 멈춰 있다.

색이 바랜 흰 천막 안에 어머니 영정을 모셔둔 김현진씨는 29일 “우리 가족은 아직도 그때에 멈춰 있다”며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마지막까지 고생만 하다 간 엄마만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2021년 8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후 심근염을 앓다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모든 게 내 탓 같다”고 자책했다. 백신 접종을 해도 되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맞으라”고 말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생전 아파도 약 한번 안 먹던 어머니 침대 밑에서 타이레놀을 발견했을 때 느낀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어머니의 죽음과 백신 간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씨는 “왜 이렇게 됐을까 파고 들어가면 국가가 하라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부회장의 외아들도 2021년 수능을 앞두고 백신을 맞았다가 두 달여 만에 돌연사했다. 전날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평상시처럼 잠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 깨어나지 못했다. 장 부회장은 여전히 그날 아들 방문을 열어보지 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인과성 입증’이라는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장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분향소를 찾아와 백신 인과관계 증명 책임은 정부가 지겠다고 한 말만 믿고 기다렸다”며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신 후유증을 호소한 10만여명이 인과성 피해보상 신청을 했지만 정부는 이 중 26%만 인정했다. 특히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와 중증자 가운데 인과성 피해보상 인정을 받은 비율은 각각 1%, 0.4%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코백회 회원들이 머무는 분향소도 조만간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 중구청은 코백회 측에 무단점유 변상금 1억800만원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다음 달까지 분향소 철거를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분향소가 사라지면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진다. 장 부회장은 “분향소라고 하지만 사실 길바닥에 나와 있는 거다. 거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원숭이가 된 느낌인데 뭐가 좋겠냐”며 “그렇지만 가족이나 친구들도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끼리 그나마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어디 가서 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완전히 잊힐지 모른다는 걱정도 크다.

코백회 회원들은 남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주저앉을 수 없다고 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의료기관 종사자였던 아들이 백신을 맞은 그날 사지마비를 겪었다. 김 회장은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정부를 믿고 사회생활을 하겠나. 우리에게 국가란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아버지 없이 자란 나로선 아들한테만큼은 부모가 자식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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