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9일 오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소환조사를 받기위해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9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재차 불러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앞서 지난 26일 첫 소환 당시 14시간 조사한 데 이어 3일 만에 고강도 수사를 이어간 것이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26일 처음으로 유 관리관을 불러 14시간 가까이 조사했으나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주말 이후 곧바로 다시 불렀다.
유 관리관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공수처에 출석해 오후 9시쯤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조서 열람을 거쳐 약 12시간 40분 만인 오후 10시 20분쯤 귀가했다.
그는 귀갓길 취재진 질문에 “수사기관에 충분히 설명드렸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할 때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경찰과 수사 자료 회수를 협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수사 자료 회수도 박 전 단장의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 자료 확보 차원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설명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 관리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사실상 유 관리관이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주호주 대사 임명 이후인 지난달 7일 4시간가량 1차 약식 조사만 받았다.
공수처는 윗선의 ‘외압’을 박 전 단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사령관의 소환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