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 1호가 뭔지 압니까?”(판사)

“(국민의) 생명, 신체….”(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29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 5명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재판에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김 전 청장이 “경찰의 주된 업무는 혼잡 경비가 아니라 범죄 예방”이라고 거듭 주장하자 재판부가 직접 심문에 나선 것이다. 김 전 청장은 경찰의 ‘윗선’ 책임자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면서 이날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법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양을 찾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와 김 전 청장의 공방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1호부터) 7호까지 있는데 중요도 순서로 돼 있다”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가 1호, 범죄 예방은 2호다. 더 중요한 건 신체 보호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그 부분을 도외시한다는 게 아니라 추상적 임무로 돼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이 “경찰력이 작용하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자 재판부는 “사고발생 동영상을 보면 그런 말씀을 못 하실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경찰력 배치의 기본 목적이 ‘사고 방지’가 아닌 ‘범죄 예방’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참사 당일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현장에만 경찰력이 대거 파견된 것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김 전 청장은 전 용산서 관계자 측 변호인의 신문에서 “설령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범죄예방 인력이었을 것”이라며 “기동대의 성격은 범죄 예방이라 기동대 배치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에 그 많은 경찰은 어떤 목적으로 나간 건가”라고 물은 것에 대해선 “(집회·시위의) 대오가 깨지면서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김 전 청장은 참사 발생 전 내부 보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부실 대응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항변을 이어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정보부의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등 4건의 내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청장은 “(처음 받은) 정보보고서 문서 말미에 있는 ‘안전사고’라는 단어 하나로는 어떤 위험성도 전혀 읽을 수 없었다”며 “그 이후 나머지 보고서는 (대책을 촘촘히 마련하라는) 제 지시에 따라 각 경찰 기능에서 보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19일 기소된 김 전 청장의 재판은 이 전 서장 등 용산서 관계자들과는 별도로 진행 중이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그것이 한 단계 사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사고 이후 그 험난한 과정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002 [속보] 정부 "국민 지지에 27년만에 의대증원…개혁에 갈등 따르기 마련" 랭크뉴스 2024.05.27
13001 바이든·트럼프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에 광고비 30% 랭크뉴스 2024.05.27
13000 노후 걱정에 지갑 닫은 베이비부머…“지출보다 저축” 랭크뉴스 2024.05.27
12999 성착취물 10만개 유포, 美 영주권자 인천공항서 검거 랭크뉴스 2024.05.27
12998 5월 한우 도매가 8.5% 하락… 농식품부 “공급 증가로 축산물 가격 약세 전망” 랭크뉴스 2024.05.27
12997 임금 깎여도 '주4일제' 찬성한다는 직장인들…임금 감소 8% 감내 랭크뉴스 2024.05.27
12996 정부, 양곡관리법 대안 ‘쌀 수입안정보험’ 적극 검토…“내년 시범 도입” 랭크뉴스 2024.05.27
12995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늘려라”…금융 당국, 은행 커버드본드 지급 보증 개시 랭크뉴스 2024.05.27
12994 조국혁신당 "특검법 부결되면 사실상 탄핵요건 마침표" 랭크뉴스 2024.05.27
12993 조국혁신당, ‘22대 국회 개원’ 30일 ‘한동훈 특검법’ 제출 랭크뉴스 2024.05.27
12992 중대본 “의료개혁 과제 신속 추진…환자단체와 소통 강화” 랭크뉴스 2024.05.27
12991 의정갈등 100일째…전공의 '행정처분' 놓고 고민에 빠진 정부 랭크뉴스 2024.05.27
12990 돌봄 ‘외국인’에 수당 얹어주는 일본…최저임금도 못 준다는 한국 랭크뉴스 2024.05.27
12989 울산 정유공장 순찰…가스 냄새 탐지하는 로봇개[포토뉴스] 랭크뉴스 2024.05.27
12988 네안데르탈인·현생 인류 첫 짝짓기 4만7천년 전에 랭크뉴스 2024.05.27
12987 선임 지시로 그물 치다 익사한 이등병···법원 “국가가 4억원 배상” 랭크뉴스 2024.05.27
12986 버핏이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EDITOR's LETTER] 랭크뉴스 2024.05.27
12985 [단독] 채상병 사망 전 녹취파일 입수 “물 속에 있는 거 보시려면…” 랭크뉴스 2024.05.27
12984 이재용 항소심 시작·최태원 이혼소송 2심 결론…비상경영 속 뒤숭숭한 재계 랭크뉴스 2024.05.27
12983 성착취물 사이트 14개 운영한 美 영주권 20대 한국인 검거 랭크뉴스 2024.05.27